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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수줍게 청첩장을 내밀 던 신부는 왠지 내 얼굴을 보며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결혼식 날짜가 어버이날이다 보니, 참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꼭 와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길 했다. 난 웃으며, 파트장이 당연히 가야 하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다 큰 딸이 시집가는 것만큼 경사인데, 참석을 안 하면 말이 안 된다 했다.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신부에게 걱정하지 말고 준비하라 했다. 웨딩촬영부터, 드레스 픽업까지 정말 바쁠 테니 충분히 휴가를 사용하라 했다. 파트원들에게 폐가 될 것 같다 했지만,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보답하는 일이다 이야기하며, 바쁜 준비에 신경 쓸 일이 많은 파트원에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해 주었다. 그때는 분명 "결혼사진"을 어떻게 찍어줄까 고민을 하던 때였다.
당연하지만, 결혼식 때 사진을 찍어본 기억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핸드폰으로 몇 장 찍어주는 게 전부였겠지만, 일반적으로 축의금 전달하고 피로연장에서 밥 먹고 인사하고 헤어지는 게 일상 아닌 일상이었으니 결혼식 때 사진을 찍어주는 게 큰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전문 작가가 찍은 사진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볼 수 있다면 그것조차 의미가 있다는 생각 해, 내 나름대로의 선물로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다. 당연히 그 사진은 신혼여행 중에 카톡으로 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란 상상을 해 보았다.
결혼식장은 생각보다 어두웠고, 나 혼자 플래시를 터뜨린다면 결혼식에 방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흑백 사진. 다소 어둡더라도, 어두운 명암으로 신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물론 부족한 사진이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고 -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부에게 작은 액자와 USB를 선물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재밌는 사실은 이날 부케를 받은 신부의 결혼식 사진도 내가 찍어주었단 사실이다.
인연은 카메라로 연결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