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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Dec 18. 2022

눈 내린 뒤 거리는 쓸쓸함을 불러온다 - 1부

Street Photography란 장르로 사진을 찍은 지 10년이 넘은 듯하다. 직장인이란 굴레 때문에 많은 출사를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그 아쉬움을 달레 주는 것은 바로 "시간"과 "계절의 변화"였다. 특히, 계절의 변화는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활기차거나 - 쓸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니, 나와 같은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마침 하루 전날 내린 눈이 만들어낸 풍경이 궁금하던 차였다. 원래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지만, 회사를 옮긴 이후로는 필름을 현상하기 마땅치 않아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가기 꺼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용기를 가지고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가기로 했다. 

필름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영국 "일포드 사"의 XP2였다. 묘하게 강한 콘트라스트의 흑백 필름의 거친 질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컬러 현상액인 C-41으로 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간편하고 편하게 활용을 할 수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보니 종종 사용한다. 거기에 더해 필름 카메라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도 하나 더 들고 간다. 렌즈는 50mm 표준 렌즈이니 내가 보는 시각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으나, 역시 겨울인지 찬 바람 때문에 손이 아리도록 시렸다. 그리고 쇳덩이인 카메라 덕분인지 카메라도 묵직하게 차갑기만 했다. 어렸을 때 몇 번 있었던 손이 갈라지고 터지는걸 이 날 느껴봤으니 말이다. 지금도 손이 갈라지고 피가 조금씩 흐르긴 했지만 그래도 꾹 참고 움직인다. 마침 이 날은 첫 째 아이의 방학식이 있는 날이니 약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걷는다.

어제 내렸던 눈의 흔적이 소복하게 남아있지만, 도로와 인도는 거의 대부분 눈을 치웠다. 가끔 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 아직 따뜻한 햇살을 받지 못한 곳이기 때문인 듯. 질척거리는 눈을 밟으며 걸어가는 기분은 마치 뽀도독 거리는 소리가 아닌 철퍽 거리는 소리로 대체되어버린다. 그래도 아직은 눈의 흔적이 남아있다. 녹아내리는 눈사람과 오리의 모습이 흔적 없이 사라지긴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는 흔적으로 쓸쓸함을 만들어낸다. 마치 눈 내린 뒤 흔적과 함께 만들어낸다. 이 쓸쓸함도 우리의 기억이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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