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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Dec 21. 2022

눈 내린 뒤 거리는 쓸쓸함을 불러온다 - 2부

https://brunch.co.kr/@pilgrim6/125

겨울은 빛마저도 차갑게 만드는 마력을 갖는다. 특히, 군데군데 남아있는 녹지 않은 눈 덩이들 때문인지 그 차가움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작은 화단과 담벼락 위에 소복이 쌓인 녹지 않은 눈.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흙탕물과 한데 뒤섞여 시커먼 얼룩이 뒤섞인 모습으로 다시 바뀐다. 단지 빛이 만들어낸 색일 뿐인데, 그 색 하나 때문에 차가움을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Street Photography를 추구하는 사진 애호가들은 한 가지 장난을 더 한다. 색을 다 뽑아버린 무채색의 도시를 만들어버리거나, 혹은 진한 채도의 색이 풍부한 느낌을 만들어 적은 빛마저도 따스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게 된다.

내가 주로 선호하는 작업은 "흑백"이다. 일단, 내가 바라본 기억의 색이 과연 그 당시의 실제 색상인지 조차 기억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내가 바라본 색의 빛이 실제 옳은 빛의 모습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사진을 찍고자 할 땐, 사진에 남아있는 나의 판단보다 그 당시의 느낌만을 남기기 위해 주로 흑백을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 붙이자면, 흑백이 아무래도 컬러보다 다루기는 편한 듯하다.)

이런 사진 애호가의 마법 덕분인지, 눈 내린 뒤 거리에 남겨진 풍경은 차가운 바람만이 남은 쓸쓸함 뿐이다. 이것은 겨울 한가운데 남아있는 적은 빛이 만들어낸 연출일 수 있고, 나의 카메라 조작에 의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만, 결국 내가 남기고 싶었던 도시의 모습은 "쓸쓸함"이었다. 아무래도 따뜻한 계절과는 반대로 모두들 움츠려 들고, 움직이지 않는 모습들 속에서 - 그리고 적은 인파들의 모습 속에서 분주함이 사라진 그곳에 남겨진 느낌 자체가 쓸쓸함이 아니었나 내가 느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카메라 뷰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그 마음은 "그 당시에" 내가 느꼈을 마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아마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쓸쓸함이었고, 눈 내린 뒤의 풍경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느꼈다고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뷰 파인더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나의 판단의 몫이다. 어차피 예술적인 사진을 찍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내가 느끼는 이 순간의 이 장면을 담고자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우리가 늘 지나가는 그 거리에서 말이다. 적어도, 거리는 시간 - 빛 - 순간 - 계절 등 다양한 변화에 따라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몇 가지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 - 다른 느낌으로 찍었을 때의 사진의 변화도 포함이 되어 있다. 당연히 같은 카메라 - 같은 렌즈임에도 나의 선택과 시각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는 건, "나의 선택"이 "그 당시에"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적어도 그때의 감정이다. 그때 사진을 찍고, 이 걸로 글을 쓰고자 했던 그 감정. 그 감정의 쓸쓸함은 이 글을 다시 작성하며,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만든다. 과연, 그 순간에 나는 왜 그 거리를 걸으며 "쓸쓸하다"라고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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