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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an 04. 2023

익숙하지 않은 의미 있는 것들

눈 내린 어느 오후.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전거 한대에 시선이 간다. 분명 그 자전거는 누군가가 기뻐하며 탔을 자전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다. 안장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바라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 자전거의 모습이 왠지 눈길을 끈다. 

카메라를 억지로 들고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 보이는 풍경들 중 시선을 끌지 않는 것들이 유난히 많다. 분명 그 사물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누군가가 바라봐주기만을 간절히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평소에 눈길조차 주지 않을 때가 많다. 분명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아니면 바라보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낯설다 보니 그 낯선 모습에 적응하지 못해 무심코 지나치려는지 모른다.

분명 우리의 눈과 시각은 "익숙한" 것만을 바라보기 위해 프로그래밍되어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애써 피하려 하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대문 앞에 쌓여있던 하얀 연탄재의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그저 발로 찰 수 있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모습에는 그저 피하고 싶은 쓰레기일 뿐이다. 그러니 그 연탄재가 쌓인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이런 제약조건 속에서 Street Photography를 찍기 위해 거리를 걷다 보면, "무엇을"찾아 찍어야 하는지 목적의식 없이 걸어갈 때가 종종 있다. 당연히, 내 눈과 내 머릿속은 여전히 익숙한 것만 기다리는지 모른다. 아름다운 꽃과 멋들어진 나무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사진을 찍기에는 내 기술이 부족하니, 조금이라도 낯선 모습을 찍기 위해 열심히 걸어가 본다. 아직 내가 가진 무기는 두 다리와 튼튼한 체력이니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때론 그 규칙성이 낯설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복잡하고 규칙성이 없어 보이는 공간 속에 촘촘히 박혀있는 규칙성을 찾아 작은 프레임에 배열을 하다 보면 분명 그 안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사실 "예술"이란 것은 굳이 거창할 필요도 없고, 우리 주위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단지, 우리는 그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만 했을 뿐이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다.

사실 나 자신도 늘 그래왔다. 누군가를 바라보거나, 어떠한 사물을 바라볼 때조차 그 "존재"에 특별한 의미가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의미가 어쩌면 나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기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항상 바라보는 그 모든 것들이 무언가 거창하게 의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남을 이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우연히 경험하게 된 "거리사진"이 때론 사소한 것들 조차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단지 의미가 있기를 기대만 할 뿐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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