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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Oct 22. 2023

5부. 한 여름밤의 꿈(1편)

"아빠는 대학교에서 어떤 걸 배웠어?"

"응. 아빠는 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공연을 전공했어."

"아빠! 나도 알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쥴리엣 쓴 작가 아니야?"


스텔라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종종 서점에서 문고판 명작을 사서 읽곤 합니다. 그때 읽었던 책 한 권이 바로 로미오와 쥴리엣이었지요. 많은 내용이 축약되긴 하였지만, 마침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기 시작하던 터라, 대학 시절에 참고하였던 셰익스피어 전집을 스텔라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20년도 더 전에 번역하였던 거라 그런지 읽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을 읽는 그 순간이 되면 딸아이와 마음 편하게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요.

스텔라는 종종 숙제하다가 몰래 책 읽다 들켜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만큼 책을 좋아하는 아이이다 보니, 도서관에만 가면 눈이 똥그랗게 될 정도로 행복해하고,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면 그 행복함을 바꿀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행복해하는 아이입니다. 그런 언니를 늘 바라본 소피아는 글을 몰라도, 책 읽는 흉내를 자주 내곤 합니다. 아직은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혼자서 조용히 책을 보면서 "아빠 시끄러워요. 나 독서 중이에요."라고 할 때도 있으니 언젠간 언니만큼 책을 더 자주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학년 2학기에 접어든 스텔라의 추억과, 어린이집 마지막 생활인 소피아의 추억 속에 아빠는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컨설턴트라는 직업 때문에 주말에 간신히 놀아주곤 했으니, 그나마 남아있는 추억조차도 카메라를 들고나갈 때만 남아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론 급하게 나가느라 카메라를 들고 가지 못할 때도 있으니 머릿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지요. 그래도, 스텔라와 소피아 - 그리고 저와의 추억은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 종종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러던 순간...  스텔라가 아빠에게 이야길 합니다.


"아빠! 요즘은 스텔라와 소피아 이야기 안 써?"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쓴 지도 너무 오래되었네요. 아니... 사실 이 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일주일에 한두 번 쫓기듯 썼으니, 스텔라와 소피아와의 추억을 담 든 글은 생각조차 하질 못했겠지요. 그리고 잠깐 머릿속을 떠 올려봅니다. 한 여름에 생각났던 추억 들. 이제 가을이라 단풍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겠지만, 그래도 스텔라와 소피아에게는 한 여름밤의 꿈이 정말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사진을 골라 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스텔라 보다 소피아는 아직 어디가 어딘지 어리둥절하며 엄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처음으로 풍선에서 물놀이를 하던 순간의 스텔라. 풍선 속은 너무 답답하였지만, 물 위에서 둥실둥실 떠 오르며 움직이는 그 느낌이 잊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너무 더운데도 "아빠! 한 번 더 타고 싶어요!"라고 이야길 합니다. 그 순간에 찰칵 찍는 사진 한 장이 스텔라에겐 한 여름밤의 꿈이 되겠지요.

엄마와 떠날 수 없는 소피아는 항상 엄마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니 소피아 혼자 찍은 사진보다는 엄마와 늘 함께 있는 사진들 밖에 없지요. 아직 4살짜리 어린 아이라 그런지, 엄마와의 추억이 소피아에겐 더욱 중요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스텔라와 소피아는 단짝입니다. 6살 차이 나는 자매이긴 하지만, 둘은 항상 신나게 놀곤 합니다. 놀이터에서 함께 노는 그 순간. 언니가 비눗방울을 들고 가면 소피아도 비눗방울을 들고 가고 싶어 하고,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킥보드를 타면 킥보드를 타고 싶어 하죠. 소피아에게 한 여름밤의 꿈은 언제나 언니와 똑같은 걸 따라 하는 그 순간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데칼코마니처럼 둘의 행동이 너무나 똑같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소피아는 항상 든든한 언니가 있어 행복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할 땐 언니를 한 번 쳐다보지요. 그리고 언니를 따라 하면 분명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런 소피아와 스텔라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사진을 찍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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