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도 특별한 게 있을지 몰라

by 별빛바람

“선생님. 우선 담배 한 갑이나 라면 한 봉지 사러 갈 때부터라도 카메라를 들고 가 보세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습니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설 때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득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죠. 아마 저를 보며 “저 사람은 뭔데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순간 움츠려 들기 마련입니다.

보통 마트나 시장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어디서 오셨어요?” 혹은 “왜 사진 찍어요?”란 이야기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 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만 마음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숨 한번 쉬고 밖으로 나와보세요. 집 앞의 자그만 쓰레기통, 벽돌 하나가 새롭게 보일 수 있어요. ”


그리고 시작을 하는 겁니다.


주머니에 있는 버스 카드 한 장.


그리고 카메라 한 대.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옵니다. 평소에

익숙해져서 지나치지 않던 그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신기하게도 카메라를 들고나갔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새벽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혹은 한낮의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을 때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그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에 바라보는 것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어떻게 들고 가요?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30년 전 처녀 때는 대학교 사진 동아리 활동도 해 보기도 했는데, 이제 사진 어떻게 찍어야 하는데도 다 잊어버렸어요.”


어렵게 접근하면 한 없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번들렌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거죠. 셔터 스피드나 조리개값에 대한 이해는 우선 뒤로 넘어가 보죠. 카메라에 있는 P모드의 축복과 AF(자동 초점 기능)을 함께 사용해 보시면 돼요. 단, 딱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침착하게 찰칵!”


원하지 않는 사진이 나오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카메라로 주위를 바라보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조금만 침착하게 지긋이 바라보며 뷰파인더에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지긋이 기다렸다가 사진을 찰칵 찍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사진이 나올지 확인해 보고, 원하는 모습이 나오도록 위치를 바꿔보는 거죠.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 굳이 셔터 스피드, 빛의 양, 감도 그런 걸 고민할 필요 없이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 보는 거죠.

전 항상 사람들에게 1만 원짜리 여행이라 이야길 합니다.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자. 집 밖에는 분명 특별한 게 존재할지 모르니까요. 그 특별한 존재를 찾아 우리는 열심히 감상하는 겁니다. 무너진 돌 담을 향해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이나 깨진 유리창. 혹은 이쁜 벽화가 빛을 머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겠지요. 어쩌면 연인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스릴러에서 멜로물까지, 밖에 나오는 그 순간마다 보이는 그 모습들이 다를 수 있지요.

꼭 사람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습니다. 길쭉한 기둥이나 녹슨 철 구조물들을 찾아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 주제를 정해 놓고 찍는다면 재밌는 사진을 찍어볼 수 있습니다.


“전 힌동안 집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공중전화기를 대상으로 사진응 찍어 보았어요.”


그냥 왠지 그 시점에는 제 마음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무언가 집중할 것들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마침 공중전화기의 모습이 잊히고 거추장스러운 모습처럼 보여 제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의 모습을 한

컷씩 남겨보았지요.


마침 그 시점이 제가 회사에서 많이 힘든 일이 있었던 때라 그런지 공중전화를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조금 마음을 넓혀보았지요. 더 자주 보기 힘든 것들. 우체통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이땐 정말 공중전회만 바리 보던 중 어느 날인가 우체통 앞에 작은 안내문이 적힌 것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요.


“우체통 철거 안내. 사용자가 감소하여 더 이상 운영하기가 어려워…”


잊힌 존재를 찾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 밖을 나간 건 아닙니다. 사실 그 시점에 저는 상당히 난처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었습니다. 회사에서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저와 함께 일하던 후배들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때 저는 회사 담당 임원에게 "제가 나갈 테니, 제 후배들을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이야길 전달했지만 구조조정의 손길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더군요. 그 이후 저는 약 한 달 동안 회사에서 잊힌 존재처럼 지내오곤 했습니다. 같이 밥을 먹을 사람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이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어야 할 때가 많았지요. 그때 마침 퇴근길에 공중전화를 보게 되고, 우체통을 보게 된 겁니다. 그리고 저는 집 밖으로 나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이 당시 제 마음을 표현해 주는 사물은 분명 "공중전화"아니면 "우체통"이었을지 모릅니다. 과거에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 가던 그 존재. 그 존재와 제 모습이 마치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 자주 사진을 찍게 되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다른 모습을 찍으러 다니곤 합니다. 밖에 나가서 보이게 되는 간판의 모습, 하늘의 모습도 찍고 다양한 것을 찍어봅니다. 분명 제가 가지고 있는 그 감정과 마음가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그 순간. 저는 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 세상에서 사소하고 특별하진 않지만, 저의 감정과 마음이 함께 투영이 되어 새로운 것들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생님. 한번 밖으로 나가 보세요. 그냥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을 찍어 보시면 돼요."


"그래도... 제 마음이 아직 그렇게 쉽게 풀리지가 않아요. 남편과 이혼을 하고... 딸들과 떨어져 산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어떻게든 시끌벅쩍한 곳에서 나 자신이 잊힐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지만... 주말에는 도저히 혼자 있는 그 쓸쓸함을 견디지 못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극장에도 찾아가고, 연극도 보고, 교회도 다니고 했지만, 정말 잠깐이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전 카메라를 추천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가족과 떨어진 그 순간. 나 자신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웃을 수 있는 그 가족과 떨어진 그 순간이라면 나 자신과 혼자가 되어야 하는 법도 필요합니다. TV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건 감정이 솔직해질 때 이야기이지요. 아무래도 나 자신과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회가 살짝 벽이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격해진 감정이지만,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살짝 뒤로 물러서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때론 버림받은 것들을, 때론 화려했지만 이젠 사라진 것들을, 아니면 젊은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뷰파인터와 프레임 안에서 정제된 가운데 바라본다면 분명 본인의 감정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꼭 세상의 모든 것들이 특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찍는 그 모든 것, 우리의 주위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사소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언제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감정과 함께 "사소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의미가 되어, 하나의 작품이 되고 예술이 되는 순간이 된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요? 그나마 사진은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예술장비니 까요. 단지, 카메라를 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럼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하지요?"


전 개인적으로 필름카메라를 추천하지만, 필름을 인화하고 다시 스캔하는데 번거롭기 때문에 자동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시작해 보라 이야기합니다. 꼭 새 카메라를 살 필요는 없어요. 캐논이나 니콘의 보급 기종 DSLR과 번들 렌즈를 통해서 함께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신, 카메라는 클수록 좋아요. 작은 콤팩트 카메라는 아무래도 장난감 같다 보니, 사진을 찍거나 바라볼 때 "하찮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왕이면 좀 오래된 카메라라 하더라도, 묵직한 DSLR 카메라를 추천합니다. 오래된 카메라는 20 ~ 30만 원대 구입을 할 수 있으니 이것저것 찍어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왕이면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부터 다가가 볼 필요가 있는 거죠. 요즘 저는 눈앞에 사소하게 보이는 테이블들을 찍어보곤 합니다. 지금은 사람이 지나치지 않지만, 저녁만 되면 불야성을 이룰 그 테이블.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가 되고, 누군가는 인생의 고민을 상담하는 장소가 되는 그곳. 그곳의 사진을 찍으며 의미를 만들어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무언가 특별한 장소가 만들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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