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으로 사진 찍기

by 별빛바람

우리가 구입한 소중한 카메라는 어떤 미래를 가지게 될까요?


1. 잠깐 신기하게 만져 본 뒤,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2. 몇 번 사진을 찍으러 가지만, 다시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3. 중요한 날 사진을 찍다가 도저히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위 3가지 운명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운명을 갖게 된 것은 우리가 찍는 사진의 목적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나"를 위한 사진을 찍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아니면 여러 홈페이지에 내 사진을 보여주기 위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금방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멋진 사진을 찍더라도, 내 사진에 아무도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누군가 사진을 보여준 그 순간부터 사진에 대한 흥미가 점점 사라지게 되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카메라를 산 이후, 여기저기 사진 동호회도 가입하게 되고 - 여러 사진 공유 사이트에 제 사진을 올려가며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려보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사진을 보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왜 그럴까요? 내가 볼 땐 충분히 잘 찍은 사진이라 생각했지만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좋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그건 사진을 다른 방법으로 찍게 된다면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사진을 찍을 때, 우선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전부 다 사진 안에 들어가도록 찍곤 해요. 나무 전체의 모습을 찍기도 하고... 아니면... 산 전체의 모습을 찍기도 하지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렌즈는 전체를 담을 수 없습니다. 혹시 광각 렌즈를 처음부터 구입하셨다면 원하는 사진을 찍어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 35mm 렌즈 혹은 50mm 렌즈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50mm 렌즈 같은 경우는 우리 눈이 바라보는 시각과 동일하게 보여주기 때문(풀프레임 기준입니다만, 만약 크롭 센서 카메라라면 35mm가 표준 화각이 될 것입니다.) 딱 우리 눈이 바라볼 수 있는 모습만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지금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렌즈는 "우리 눈"이 바라보는 그만큼만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눈이 바라볼 수 있는 그 순간. 그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바라보는 그 순간을 대신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본 "의미"있는 것들을 향해 사진으로 남기고, 그 의미 있는 것들을 향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욕망도 함께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혹은 미니홈피와 같은 곳에 업로드를 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이 전부 다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그 순간 - 혹은 그 시기에 누군가에게 "인기"가 있고 "유행"을 타는 사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같은 경우는 인스타 감성이라 해서 무언가 좀 특별한 장소나, 이쁜 음식 사진들을 사진으로 찍는 경우가 종종 있고 - 그 사진들이 인기를 받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 사진들은 어찌 보면 "인스타 감성"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기 위한 목적으로 올립니다. 저도 몇 번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보았습니다만, 좋아요를 눌러주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요. 팔로워도 몇 명 없었으니 제 감성과 인스타그램의 감성과 맞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그 순간에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10 ~ 20분. 아니면 퇴근할 때 1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곤 합니다. 늘 같은 길을 걸어 다니니 크게 변하는 모습은 없지요. 하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을 때, 아니면 제가 기분이 불편할 때의 순간에 따라 사진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게 다른 거지요?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 게 다 비슷하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는 조금씩 미묘한 차이가 있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하루, 하루를 보내는 그 순간마다 항상 똑같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 감정의 순간마다 조금씩 미묘한 차이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을 거 같아요. 어느 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찍고 싶을 때가 있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아주 작은 한 순간을 포착해서 찍으려 할 때가 있었어요. 모두 똑같은 장소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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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날짜는 전부 차이가 있겠지만, 조금씩 미묘한 차이에 따라서 사진의 결과물이 달라지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출근 시간에 찍는 사진이라 감정의 큰 변화는 퇴근 때 보다 덜 할 수 있겠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 출근 후 해야 할 일의 부담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곤 했습니다. 지하철 역 앞에 있는 오래된 전봇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다른 모습의 사진을 찍곤 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의 감정은 항상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겠지만, 그날 해야 할 일의 부담감 - 아니면 전날 야근을 해서 몸과 마음이 불편한 경우에는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전체를 주의 깊게 바라보기보다는 어느 한순간에 대해서만 바라보며 셔터를 찍곤 하는 거죠. 물론, 이 감정은 개인에 한정된 감정일 것입니다. 오히려 감정이 좋은 날에는 더욱 디테일하게 관찰하는 성향을 갖는 사람들도 있으니,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 항상 같은 길을 걸어 다니더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감정과 느낌에 따라서 다른 결과물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즉,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그날의 "느낌"입니다.

그 "느낌"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더라도 사진의 결과물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그날 기분이 너무 안 좋을 땐 아무것도 하기 싫다 보니 카메라를 들고 다닐 여유조차 없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할 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이 있거든요."


그 감정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며 마음속을 비우는 게 더 편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요. 제가 말씀을 드리는 건, 잠깐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가겠다는 마음의 감정이 남아 있을 때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의 감정에 따라 직접 본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느낌" 그대로 사진을 찍어내는 것이지요.



그날은 5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침부터 너무 정신없는 하루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쳤던 거 같아요. 급하게 점심을 먹고 조용히 고민을 하다,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가수 하림의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노래를 듣게 되며 움직이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 순간 어린 시절 제가 살던 청량리 산동네의 모습이 함께 투영이 되었을 수 있겠지요. 좁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 사이로 비좁은 부엌을 지나 보게 되던 작은 단칸방 하나. 화장실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침마다 아저씨들이 신문지 조각을 들고 볼일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물론 아이들은 배변을 참을 수 없으니, 보통 어머니들이 신문지 깔아놓고 거기서 볼일을 보라고 하곤 하셨어요.

그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은 벽돌을 깨서 만든 장난감과 풀 쪼가리를 잘 갈아서 초록색 덩어리를 만들어 가지고 놀던 경우가 많았던 거 같아요. 때론 국자나 깨진 유리병, 병뚜껑이 좋은 장난감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날의 감정은 참으로 복잡했지만 아무 고민 없이 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아직 5월 초였지만 햇빛이 강렬할 땐 마치 여름 날씨 같았지요. 한참 버스를 타고 내린 뒤 노원구 104번지 백사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날은 제가 들고 갈 수 있는 카메라 중 미러리스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두 개를 들고 갔을 때였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함께 어우러지며, 그곳을 한 걸음씩 걸어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요.

물론, 그 동네는 많은 사람들이 출사를 가곤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진을 찍고 싶었던 건 그날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쓸쓸함이 그날의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흑백이라는 표현이 그 기억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해 주었던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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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다른 감정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날의 사진은 15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의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그날도 4월 어느 날이었던 거 같은데 날씨는 더웠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그날의 감정도 마찬가지로 쓸쓸함과 외로움이 표현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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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감정도 참 묘했던 기분이었던 거 같아요. 팀원들을 한 명씩 각자의 길로 보낸 후 이제 저 혼자만 남았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던 순간 전화를 한 통 받았지요. 그 전화를 받고 나니 모든 걸 다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방 속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요.




분명 그날의 감정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있다면 다시 한번 차분하게 생각을 하며 그 순간의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바라보는 그 순간을 찍기보다,

우리가 느낀 그 순간을 찍기 위해서 말입니다.


"선생님. 그 느낌이란 게 어떤 게 있을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어느 사물이나 장소를 보았을 때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으면 그게 그 느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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