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용기입니다.

by 별빛바람

"아무리 특별하지 않은 사진이라 해도... 그리고 나 만을 위한 사진이라 해도, 결국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밖의 공기로 숨을 내 쉬며,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작은 것들을 향해 뷰파인더로 바라보며 셔터를 지그시 눌러봅니다. 그리고 그 사진의 결과가 어떤 것이 나올지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 보는 겁니다. 그 사진의 결과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별로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뷰파인더로 지긋이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바로 이 바로 내가 사랑하고, 만족했던 그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에 지금 막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라 하더라도, 몇 분 후에 다시 보게 되면 다소 부족하게 보일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가도 되고, 조금이라도 더 기대하는 마음을 가져가고 싶다면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좀 더 간편하게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마음 가는 것을 향해 열심히 찍어 보는 겁니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으면 좀 더 멀리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버스를 타고, 혹은 지하철을 타고 떠나보는 겁니다. 때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목적지의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 그 결과를 채워나가기 위한 여정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짧은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바라보고, 그 모든 것들의 의미를 부여해 보는 행동. 그것이 여러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보통 "교통카드" 한 장만 가지고 나가 보자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많은 걸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통카드 한 장과 카메라. 그리고 잠깐 멈춰서 커피 한 잔 혹은 식사 한 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비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나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밖을 나가는 것도 결국 용기가 아닐까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얼 먹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그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하거든요."


저는 마음 편하게 익숙한 버스부터 타고 나아가 볼 것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버스를 타고, 내가 지나쳐 왔던 정류장을 가 보는 건 어떨까?라고 마음먹기 시작하는 거죠. 그 마음에 따라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곳을 향해 걸어가 보는 겁니다. 때론, 너무 가깝고 자주 지나쳐 온 곳이기 때문에 익숙할 수 있지만, 단지 버스 안에서만 바라보았을 뿐이니 낯설 어보일 수 있으니 좀 더 마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곳의 골목을 향해 걸어가며 마음에 드는 카페가 있는지? 혹은 식당이 있는지?부터 하나씩 찾아가며 길을 걸어 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저도 그땐 너무 힘든 나머지 길을 걷는 것조차 용기가 나지 않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큰맘 먹고 걷기로 마음먹었을 때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딱 두 정거장 앞에 내려서 거리를 걷기 시작했지요. 왠지 낯익은 곳이었지만, 다시 한번 바라보니 낯설기만 한 그곳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분홍색 카페를 바라보았을 때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집 앞에서 가까운 곳이었는데, 이런 곳이 있는지 조차 몰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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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주위에서부터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때론 저의 감정을 표현하는 그 사물들을 찾아 찍기 시작했고, 때론 그 감정과 상반되지만 내가 보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드니 살짝 미소도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그땐 저와 함께 일 하던 부하직원들을 더 이상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보니 때론 감정적으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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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걸었던 것일까요? 그때 미쳐 보지도 못했던 카카오톡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늘 날짜로 부서가 변경될 예정입니다..."


결국 지키던 부하직원들에게 더 이상 힘이 될 수 없는 순간이었지요. 마침 그 순간에 멍하니 생각에 잠기다 보니 제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북 단말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하루 동안 정신없이 걸어가며 나 자신과 떨어져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날 제가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다면 혼자 조용히 고민만 하다가 눈물을 흘렸는지 도 모를 것 같아요.


"많이 힘드셨을 건데, 어떻게 이겨 내셨나요?"


결국 저에게 벌어질 일이니 그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요. 그리고 제가 늘 이야기한 것처럼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용기를 내고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전 과감하게 협상을 진행했지요. 제 부하직원들의 위로금 규모를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저의 최종 처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오랜 기간 얽매이며 살아가던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헤어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지요.

그때 제가 쓴 돈은 고작 만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교통카드 1회 태그 및 조용히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신 시간 정도. 그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카메라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바라보았던 그 모든 것들을 향해 셔터를 눌러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여러분들의 마음이 충분히 표현되는 그 순간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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