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16
둘째 아이가 태어난 날은 3월이 가까운 2월이었다. 정신없이 병원에 들러 아이가 태어난 순간을 바라본 뒤, 잠시 짐 정리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날따라 담벼락에 있던 개나리가 노랗게 몽우리를 보여주었다. 병원과 집을 왕복하며, 그 개나리 꽃이 화사하게 피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첫째 아이는 “엄마 언제 집에 와?”라고 이야길 하니 아직 6살 아이에게는 엄마와 떨어진 시간이 낯설기만 했던 모양이다.
봄 꽃의 몽우리가 살며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날의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노랗게 몽우리진 개나리꽃과 벚꽃이 아직은 조그맣던 둘째 아이의 모습과 오버랩되곤 했다.
사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다른 나무보다 벚꽃 나무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봄이 좀 지날 무렵이면 하얗고, 분홍빛을 띠는 벚꽃들이 만발하곤 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마치 비가 내리듯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눈을 시리게 하곤 했다.
그 모든 기억들이 봄에 살짝 몽우리 지는 꽃망울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그것 말고도 더 많은 기억들이 있다. 진달래꽃을 따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 못하던 나의 어린 시절. 그 모든 기억들의 잔상이 또 다른 봄이 찾아오면 다시 한번 기억이 맴돌게 한다.
물론…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분명 다시 봄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그 모든 기억의 잔상들이 일상이 될 그 순간이 올 것임이 확실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