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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ug 19. 2024

거리 사진 1 : 종로에서 그리고...

열 여섯 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젊은 시절, 영화를 보기 위해 꼭 찾아야 할 장소는 종로였다. 피카디리 극장, 단성사, 시네코아, 서울극장 등등 서울의 주요 개봉관은 종로에 있었다. 때론 데이트를 하기 위해, 때론 영화광들의 성지로서 사람들이 모이곤 하였던 종로. 이제 그 곳의 극장들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낙원상가 2층에 있던 허리우드 극장과 낙원상가 골목길에 있던 허름한 순대국 골목. 영화 한 편을 보며, 순대국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을 하던 20년전의 추억은 이제 무언가 하나는 사라진듯 하다. 종로는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예전 처럼 사람들의 북적임이 있지 않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입구에서 약속을 잡고, 금강제화 입구에서 기다리며 어디서 무얼할까 고민하던 그 고민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그 시절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그 극장들은 전부 사라져만 갔다.

대학생 시절 영화를 좋아했기에 밥은 굶더라도 늘 종로의 극장에서 조조 영화를 보던 그 시절.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기분 좋게 순대국 한 그릇을 먹고 돌아가던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긴 쉽지 않다. 이젠 종로의 극장을 찾아가는 것은 흔적만 둘러볼 뿐이다. 충무로의 대한극장도 사라지고, 명동의 중앙극장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풍경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건 바로 낙원상가 골목에 있는 순대국 골목이다. 여전히 그 곳은 돼지머리와 순대를 삶은 찜통이 쌓여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시절 순대국은 싸고 맛있었지만 지금은 카드도 받지 않고 만원이 넘는 가격이니 억지로 찾아갈 곳은 아니었다. 그저 그 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곳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했다. 여전히 몰려있는 인파들. 그리고 그 곳에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의 모습. 10년 전이나, 20년 전. 그리고 지금의 그 곳은 여전히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것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이젠 종로에서 금강제화 빌딩이 존재하지 않는다. 종각 골목의 번화한 모습을 둘러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 그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곳의 사진으로 기록을 하다 보니, 마치 10년전 사진을 보듯 예전 생각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 마치 20년 전, 단돈 몇 천원을 들고 조조 영화를 관람하고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순대국 한 그릇을 찾던 그 골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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