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빛은 잠든 아이 곁에도 머문다

by 별빛바람

잠은 어떤 날에는 유쾌하다.


오이팩을 얼굴에 붙이고 누워 장난치던 오후,


나는 그 장면을 찍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지한 표정 속에서도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그 빛은 놀이라는 이름으로, 성장이라는 모습으로 남았다.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도 자란다.


꿈꾸는 동안에도, 세상을 흉내 내며 자란다.잠은 어떤 날에는 유쾌하다.


오이팩을 얼굴에 붙이고 누워 장난치던 오후,


나는 그 장면을 찍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지한 표정 속에서도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그 빛은 놀이라는 이름으로, 성장이라는 모습으로 남았다.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도 자란다.


꿈꾸는 동안에도, 세상을 흉내 내며 자란다.

잠은 아이들에게 가장 솔직한 순간이다.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이 천천히 감기면,


그때부터는 아무런 방어도, 연기도, 가식도 없다.


잠든 얼굴은 모든 하루를 받아낸 뒤의 고요한 결론이다.


나는 그 얼굴을 찍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셔터를 눌렀다.


계절이 바뀌고, 이불 무늬가 바뀌고, 머리카락이 자라도


잠든 표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34220005.jpg


어떤 밤에는 두 아이가 서로의 팔을 베고 잠이 들었다.


서로를 감싸 안은 채, 꼭 같은 호흡으로 꿈을 꾼다.


하루의 피로가 가라앉고, 웃음이 멎은 자리에서


가장 조용한 성장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 빛을 필름에 담을 때마다 느꼈다.


‘성장’이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잠결 같은 순간이라고.



210809000379890005.jpg

아이의 일상은 어느 한 순간만의 것이 아니다.


빛은 그 순간 순간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추 듯,


아이의 일상 역시 어느 순간이든 빛이 또렷해지는 순간이면 언제나 남겨지게 된다.


물론, 그 순간이 잠시간 우유를 마시는 순간일지라도 말이다.



210809000379890007.jpg


우유를 마시다 잠든 그 순간에도


큰 아이는 동생의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 점검을 하고,


아빠는 그 순간의 빛을 다시 담아 사진으로 남겨둔다.



84360005.JPG

잠은 어떤 날에는 유쾌하다.


오이팩을 얼굴에 붙이고 누워 장난치던 오후,


나는 그 장면을 찍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지한 표정 속에서도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그 빛은 놀이라는 이름으로, 성장이라는 모습으로 남았다.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도 자란다.


꿈꾸는 동안에도, 세상을 흉내 내며 자란다.


84380003.JPG

언젠가 열이 많이 올라 잠든 그 순간.


냉각 시트를 이마에 붙이 잠 든 그 순간에도 카메라의 셔터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잠든 모습은 여전히 동일한 모습으로 사진으로 남긴다.



73190036.JPG

필름을 감아 돌릴 때마다, 나는 그 속에서 ‘시간’을 본다.


수백 번의 셔터 중, 대부분은 흔들렸고 노출은 제각각이었지만, 빛은 언제나 정직했다.


그 빛은 아이들의 손끝을, 머리칼을, 이불의 주름을 기억한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사진이란 완벽한 순간을 잡는 일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000601140035_31A.jpg

잠은 어른에게는 하루의 끝이지만,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잠 속에서 그들은 말을 배우고, 몸이 자라고, 마음이 단단해진다.


나는 그 변화를 보려 필름을 다시 넣고,


매번 다른 계절의 잠을 찍었다.


결국 이 사진들은 시간의 순서가 아닌,


‘빛의 순서’로 남았다.


여름의 노란빛, 겨울의 푸른빛, 그리고 아침의 하얀빛.


그 모든 빛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