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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ug 13. 2022

거리사진 8 - 네모 1

주위에 있는 네모들

개인적으로 작업 스타일을 참 좋아하는 "권학봉 작가"의 유튜브를 본 적 있었다. 진심으로 사진을 사랑하고 카메라를 사랑하는 작가로서, 코로나 시기에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 제안을 하는데, 우리 주위에 있는 도형의 모음을 찍어 보는 것을 제안했었다. 우리 주위에 잇는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찍다 보면, 각 도형마다 특징과 재밌는 구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한다. 실제 우리는 자주 돌아보지 않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도형들 속에서 이야기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속에 재밌는 이미지를 뽑아내 보는 것도 거리사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낙원 사우나(Leica MP, 렌즈 불명, Kodak Gold 200)

이 날도 코로나가 한 창이며, 10시 이후 모든 식당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마스크도 벗어야 하는 사우나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집 근처에 있던 이 사우나는 동네에서 유일한 사우나였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꽤 오랫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10월 가을의 저녁 시간은 빛도 부족했던 시간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네모가 보였다. 늘 출-퇴근할 때 지나가던 곳이었지만, 마침 이 날은 사우나 앞을 지나가며 카메라를 꺼낸다. 사우나의 이름을 넣은 시트지가 너덜거리는 모습이 아찔하곤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고통을 받던 시기라 그런지, 시트지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저 간판이 아쉬움을 만든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던 그 시기였다.

도형을 가지고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할 점은 도형에 대한 이미지를 정의해야 한다. 물론, 난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지에 대한 정의를 하질 못했다. 그냥 눈앞에 펼쳐진 네모들만 주야장천 찍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며 결과에 대한 정의를 한다. 100% 내 느낌을 반영한 결과이다. 당연히 위 낙원 사우 도도 한 참뒤 사진을 보며 느낀 감정을 접목하여 만들어낸 이미지다. 그 이미지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작가의 개입임과 동시에, 작가의 상상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거리사진"의 매력도 그렇다. 사진의 스토리는 만들기 나름이다. 물론, 최고의 사진은 사진을 바라보며 그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다면 최고의 사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아마추어 - 취미사진작가들은 그 스토리를 유추해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진과 함께 글이 있고 - 그 글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 당연히 "도형"에 대한 주제로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의 진행을 해야 한다. 단순히 사진만 늘어놓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 글이 함께 힘을 북돋아 주는 작업을 함께 해야 한다.


이동(Leica MP, 렌즈 불명, Kodak Gold 200)

우리가 지나가며 볼 수 있는 모든 소재는 도형이 있다. 당연히 지하철 역을 지나며 보는 교통카드 충전기도 네모를 가지고 있는 소재다. 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필요한 카드 보증금 때문일까? 아니면, 신용카드의 교통카드 기능 때문일까? 사람들은 왜 불필요하게 교통카드 충전기를 자리에 놔뒀냐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필자도 신용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한 이후로 꽤 오랫동안 교통카드 충전기를 사용해 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출-퇴근길에 항상 바라보는 것이 이 교통카드 충전기다. 단돈 2천 원이 안 되는 돈으로 교통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급하게 돈이 없을 때 지하철을 탑승하기 위해 가뭄 속 오아시사와 같은 장비가 될 수 있다. 가끔 출근길에 지갑을 놔두고 갈 경우 주머니에 돈 몇천 원을 찾아 충전을 하는 동료들을 보곤 했다. 만약 저 교통카드 충전기가 없었다면 퇴근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기계를 그냥 지나친다. 분명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갈 뿐이다. 이날 찍은 교통카드 충전기는 마침 누군가 지나가는 모습과 함께 찍히게 되어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게 되었다.

스카이차 / 폐차(Leica MP, 렌즈 불명, Kodak Gold 200)

이처럼 우리는 지나가다 인지하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필요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지나가다 보이는 무수한 전단지와 스티커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막상 우리에게 와닿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충전기도 당연히 교통카드를 새로 발급해야 하거나, 충전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을 때만 우리의 눈에 띄게 된다. 마찬가지로 모든 전단지와 광고문구도 우리가 필요한 그 순간에만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커는 최대한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다양한 색깔을 혼합하기보다, 강렬하게 목적만 크게 적는다. 임대. 폐차. 매매. 중고차 등등 단지 한 단어로 목적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물론, 그 내용은 관심 있는 사람들만 바라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뿐이다. 루이 주위의 모든 표지판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특히, 작은 문구로 만들어낸 "금연"이라는 문구. 그리고, 그 문구 옆에 있는 작은 담배꽁초 하나는, 우리의 시각의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 준다.

금연(Leica MP, 렌즈 불명, Kodak Gold 200)

금연을 상징하는 표지판도 각 장소 /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시한다. 정말 담배가 죽기보다 싫고, 담배꽁초가 죽기보다 싫은 사람은 벽에 락카로 크게 "금연"이라고 쓰곤 한다. 하지만, 저 표지판은 눈에 띌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바닥보다 작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금연 표지판 주위로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의 아이러니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재밌는 이미지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담배꽁초를 놓을 생각은 없다. 약간의 개입으로 재밌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개입이 실제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네모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사진을 찍는 작가는 그 이야기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할 숙명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 이야기가 때론 재미없고 심심할 수 있지만, 세상 이 야이가 항상 스펙터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거리 사진의 매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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