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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는 분노하였다

고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에 대한 小考

by 별빛바람

그는 언제나 분노하였다. 타이어 사업을 하다 친척에게 사기당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부산대 법대를 나온 큰형을 원망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자신에 대해 분노하였다. 그런 그에게도 허황된 꿈이 있었으리라. 비록 상고 졸업이 최종학력이라 하더라도 분명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이루었다.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문분야가 있었으니, 그것을 통해서 돈도 좀 벌고, 부산 시내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그게 분노를 삭일 방법이었다.

그러나 다시 분노했다. 부림 사건을 분노했고, 구타를 당해 피 멍든 학생의 몸을 바라보며 분노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간 그 순간 그는 외톨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이전부터 외톨이였을 것이다. 그는 분노하였고, 참지 못하였기에 늘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불합리함으로 넘쳐났으며, 공정하지 못한 이 사회에서 어느 하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독재정권인가? 혹은 기득권 세력인가? 아니면 구태의연한 3김의 정치 구도였나? 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자들의 욕심 때문이었나? 그는 많은 고민을 해본다. 그리고 왜 노동자들은 고통받아야 하는 것인지? 자신의 목소리를 떳떳하게 나타내지 못하는 것인지 조차 궁금했다. 노동자를 위해 투쟁을 하고, 시민단체와 피땀 흘려도 세상의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연고지였던 부산에서는 배신자로 낙인찍혔을 뿐이며, 다른 곳에서는 바보 같은 이상주의자라 할 뿐이었다.

정권은 변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독재자의 강압에 의해서 건,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서 건 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건 정권은 자유롭게 움직였다. 하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었다. 그것은 선택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 하나로, 사람들을 현혹하며 진실이 거짓인 듯, 그리고 거짓이 진실인 듯 이야길 하며 자신의 힘을 지켜갔다. “언론”이었다. 세상은 그의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럴듯한 포장으로 그를 매도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언론을 향해 날 선 각을 세우고자 하면 등을 토닥이며 “언론과 적을 만들어서 이로울 건 없지 않습니까?”라 이야기한다. 그만하라 한다. 결국 세상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만든다.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한미 FTA를 체결하였으며, 이라크 파병을 제안한다. 국민의 염원으로 다수당이 된 열 리 우리당의 순풍을 무시하고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저 버린 배신자였다.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진실은 바라보지 못한 채 실제 성과에 대해 비판하며 건설적인 발전을 꿈꾸기보다 신문지상의 헤드라인을 보며 욕하기 바빴다. 현실이었다. 어느 누구도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하지 못했다. 결국 저 멀리 지평선에 보이는 드넓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기보다 눈앞에 불빛을 향해 모여드는 우리는 부나방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우리를 보며 그는 분노했다. 그리고 꾸짖는다.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으로, 그리고 이상적으로 행동하라고. 그게 진보의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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