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좀 놀아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이 어디 있냐 묻지만 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직업도 다양해서 본업도 있지만 그 이외에 다양한 부업도 하기 때문에
없는 일도 만들어 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보기에는 아빠는 맨날 일하는 사람이다.
밤에 집을 나가도 일하러 나간다 생각하고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빠. 나랑 놀아줘."
아빠인 내 입장에서 가장 난감한 요청이다.
'놀아달라'
뭘 어떻게 놀아 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막상 뭐 하고 놀까 하면 그냥 놀아달라고 하는데 뭔가 실체가 없으니 어렵다.
공대생 아빠에게는 input이 명확해야 output이 나온다.
그냥 놀아달라는 것은 목적도 방향도 없는 그런 오류와 같은 요청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노는 것을 꽤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개그의 욕심도 많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 덧 40대가 넘어가니 노는 법을 까먹고 개그감도 없어진 것 같다.
자연히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일이 더 편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일만 하는 아빠가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아이들의 야구 시합하는 날에는 최대한 카메라를 챙겨서 야구장에 간다.
나도 모르게 빨리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붙잡기라도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