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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pr 13. 2020

우리는 반드시 이별한다

이별의 풍경. 1화

연애를 시작할 때 이별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호르몬 작용이 인간의 이성적인 감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연애 아주 초기에 아주 약간의 망설임이 있거나 연애 자체를 잘 시작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연애 모드에 들어가서 이별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별을 한다.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단 몇 번의 연애라도 하고 결혼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연인은 결혼까지 가기 전에 이별하게 된다. 또 갈라설 자유가 부여되어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결혼까지 결심했어도 이혼을 하기도 한다. 설사 이혼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또는 두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별을 한다.


이별 직후에 마음이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별 통보를 받는 사람도 그렇지만,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도 통보한 후 얼마 동안은 후유증을 앓는다. 나 같은 경우 이별을 통보받은 경우가 차라리 이별을 통보한 경우보다 극복하기가 수월하더라. 이별을 통보한 경우, 이성적으로 아니라는 판단이 섰거나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지쳐서 통보를 하긴 했지만 마음에 상대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다 보니 내가 통보를 하고 나서도 상대가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반면에 통보를 받은 경우에는 짧고 굵게 힘들긴 하지만 그 후에는 '상대가 아니라는데 내가 집착해서 뭐하나'라는 마음이 들어 마음을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별 이후의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아주 가끔씩, 특히 두 사람의 관계에서 고비가 있거나 본인이 상대에게 맞춰주기가 버거울 때 한 번씩 브레이크를 잡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상대와 이별할  때 덜 후회가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런 생각을 해보면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나의 마음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해봤을 때 만약 상대가 내게 정말 엄청나게 소중한 존재라면 상대와 관련된 어려운 선택도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이 떠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면 상대를 위한 아주 작은 선택도 하기 싫을 수 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선택을 하다 보면 이별할 때 본인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답, 그리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너무 중요한 것이 걸려있기 때문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두 사람의 관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 두 사람은 어차피 언젠가는 그와 관련되어 있는 요소로 인해 이별했을 것이다. 또 만약 본인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연인이 선호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면 그건 당신이 상대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은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죽을 때 후회를 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과 같은 연장선에 서 있다. 상대와의 이별은, 두 사람 관계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나?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것은 끝을 놓고 과정을 역산할 때 정말 본질적인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 이별을 기준으로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이별은 연애의 끝을 의미하니까.


우리는 언제, 어떻게든 결국 상대와 이별을 하게 되어 있다. 그 이별이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어떤 순간에 이별하는지가 우리의 다음 선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별 후에 연인에게 다시 연락해서 잘해보고 싶다고 집착하는 사람이나 이별한 지 한참 지나서 과거에 만났던 연인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상대와의 만남 과정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우리는 그런 경험을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상대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고 후회를 안 하거나 덜하기 위해서, 후회가 되었다가도 본인이 정말 최선을 다했음을 기억하고 감정을 다잡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순간, 순간 자신 앞에 놓인 선택을 놓고 '내가 이 사람과 이별을 한다면 덜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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