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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pr 06. 2020

과거와 미래의 연애

연애의 풍경 제13화. 

자신이 만났던 사람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만났던 사람을 우리가 평생 기억한단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 과거의 연애를 바탕으로 해서 다음 연인을 선택한단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할 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특정한 조건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그 사람은 보통 자신의 과거 연애에서 너무 힘들었던 점과 관련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문제는 사람들은 때때로 그 특정인의 특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시킨다는데 있다. 예를 들면 정말 잘생긴 사람과 연애를 했던 사람들 중에 '다시는 잘 생긴 사람이랑 안 만나. 잘생긴 것들은 주위에 여자도 너무 많고 바람을 많이 피워'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 주위에는 아무래도 이성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눈을 팔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 덜 생겼더라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성향을 가져서 바람을 엄청나게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과거 연애에 대한 분석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는 그 사람과 본인이 잘 맞지 않았던 지점에 대한 인과관계를 잘못짚으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 보통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과거에 연인과 이별한 이유를 잘못 파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분석할 때 상대만 그 분석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별을 통보한 사람과 통보받은 사람 모두 이별 직후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통보받은 사람은 감정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러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감정적인 흥분 또는 자극이 어느 정도 잦아든 이후에는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 자신의 특정한 성향이나 경향이 상대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무조건 자신 탓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파악하라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데는 한쪽의 성향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도록 영향을 미친 호르몬 작용을 누를 정도로 두 사람 간에 맞지 않고 둘 중 최소한 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별을 하게 되는 데는 누구의 탓이 있지는 않다. 그저 그 시점에 두 사람의 성향과 상황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아가고 찾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애가 끝날 때마다 그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은 인간이 '잘' 변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10년 전에 이별한 나와 어제 이별한 나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년 전보다는 지금에 더 가까운 시간인 미래에 누군가를 만나서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고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다음 연애의 조건, 연인의 경향성은 그 과정을 거친 후에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 조건이라는 것이 스펙, 연봉, 직장 등을 따져야 한단 것이 아니다. 그런 조건들은 사실 기준을 갖고 선을 긋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조건이다. 그리고 그 선을 긋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은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선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한계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오히려 솔직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를 돌아보고 분석하고 나서 세우는 조건은 그 [사람]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성향, 어떤 경향의 사람이 본인에게 맞을지를 어느 정도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자신이 끌리지만 결국 끝이 좋지 않을 사람을 이성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무한이라면 그런 필터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과정은 반대로 그 시간에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포기하는 것이니 그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과거 연애에 구속되어 있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다. 이는 대부분 사람이 죽을 때까지도 본인을 잘 모르고, 상대의 특정한 면이 어떤 배경과 경험에서 나오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 연애에서 도출하는 시사점, 조건, 의미를 참조자료로 옆에 놓는 게 도움은 되지만 그 조건에 구속되거나 유연하게 반응할 여지를 두지 않은 미래의 선택은 오히려 그 사람을 혼란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이는 이전 글들에서도 반복해서 말했지만 같은 특정한 조건도 그 사람의 다른 조건이나 경험과 결합했을 때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경향이나 성향이 의외로 나를 편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줄지도 모른다. 


따라서 과거의 연애는 참조자료에 그쳐야 한다. 우리 사회에 남혐과 여혐이 생겨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우리 경험을 너무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자신과 다른 성별의 사람을 특정한 부류로 규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의 연애의 시작이 어려운 것 또한 그 조건이 너무나도 견고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이는 연애는, 감정은, 사랑은 결국 자신에게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과거에 겪었던 일, 경험과 나의 관계, 감정을 모두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성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그런 조건은 따지지 마'라고 하지만 그걸 머리로 생각하기는 쉽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누구에게나 힘들다. 그 조건을 내려놓거나 본인에게 상대의 그런 면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는 것은 나의 과거, 내가 만난 상대와 나를 철저하게 돌아보고 아프고 힘들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인간은 누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별한 후에는 그런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의 다음 선택도 같은 방식과 패턴으로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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