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가족에의 이유. 5편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 대부분 사람들은 인간은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받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비혼 선언'까지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믿기 힘든 사회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한, 이기적인,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금 덜 행복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하한선보다는 나은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삶에 만족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틀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상한, 이기적인,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단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결혼을 할 경우 누군가는 그런 사람의 배우자가 된단 것이고, 최소한 그런 지옥 같은 삶은 피하겠단 생각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도 할 수 있고 납득도 가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만약 마음 깊은 곳에서 정서적으로 수용도 받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잘 맞춰갈 수 있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걸 굳이 부인하면서 차선이나 차악을 굳이 선택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왜 내가 최대한으로 행복하기 위해, 살만하기 위해, 숨 쉴만한 일상을 살기 위해 노력하기를 포기한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현실이 각박하다면 사람을 찾는 영역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그런 관계를 놔 버리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신을 코너로 모는 것과 같은 결정이다.
개인적으로 뉴스에서 말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진심으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뉴스에서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라는 얘기를 이미 아주 오래전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위나 유튜브,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의 70-80% 이상은 남자가 나이가 많거나 동갑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대세'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그 사회에서 무의미할 정도의 소수에서 유의미한 소수로 그 숫자가 증가할 때 뉴스에서 그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서 결혼을 '안'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결혼을 '못'하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 않을지...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그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삶과 기혼자들의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의 경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시대에 결혼해서 살아온 부모의 모습을 봐 왔기에 결혼하고 싶어지지 않는게 당연하다. 모든 가정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남자들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나보다 어린 사람들 중에서도 가부장적인 남자들이 적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온 어머니들이 '너희 결혼은 꼭 안 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결혼한 지인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남자들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그건 우리 사회구조와 문화의 특성상 '결혼하면 손해'라는 느낌이 여자들에게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 중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단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경우 가정을 보살피기 위해 죽도록 일만 해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도 있지만, 지인들이 자유롭게 살라고, 총각이 좋은 거라고 말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결혼한 지인들은 왜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자신이 각자의 방식대로 힘들었거나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운동을 한 부모가 자식은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고 하거나, 식당을 한 부모가 자식은 식당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운동과 식당을 하지 않는다고 먹고사는 게 쉽나? 돈은 쉽게 생기지 않고, 생계는 놀면서 해결할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하는 부모님들은 본인이 했던 일이 힘든 것만 알고 다른 일에는 어떤 힘든 점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만 대기업 다니는 회사원에게 힘든 게 없고 마냥 행복한지 한 번 물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아니, 그 말을 들어도 본인이 경험한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할텐데, 그건 회사원 생활이 실제로 더 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게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산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의 힘듬을 모르기 때문에 결혼하지 말라고 말한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쉽다는 게 아니다. 건강한 가정을 잘 만드는 건 굉장히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앞의 글들에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싱글로 사는 삶에도 그 나름대로의 힘듬이 있다. 결혼해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유는 다르더라도 싱글로 살아도 또 힘들다고 할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결혼을 해야 할지 여부의 핵심에는 사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뭔가에 몰입해서 그것만 가지면, 그것만 하면 세상을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이 지속되거나 그런 성취에 취해서 삶이 살아지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덕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평범하고, 어느 정도는 수용을 받으며 살아야 숨을 쉬고, 여유와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나와 어느 정도의 다름까지 수용받을 수 있는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게 어떤 면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 지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려면 본인에 대한 이 정도의 고민은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나?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상대의 조건과 상황을 보고 결혼을 결정한다. 마치 좋은 배우자에 정답이, 해답지라도 있는 것처럼. 가장 흔히 얘기되는 것은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 여자들은 남자들의 경제적 능력을 본단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평가, 판단하고 비교해서 그 틀에 맞는 사람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만나고 있으면 적당히 결혼을 결심한다. 때로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커녕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그렇게 결혼을 했으면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자신이 보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상대의 모습들에 실망하고 그것 때문에 싸운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상대가 일상에서 어떤 사람인지를 더 면밀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가능하면 상대의 부모님과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길게 하루나 이틀 정도를 같이 보내보고, 상대의 친구들과 어울려 보는 것은 분명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함께 살 때 어떤 모습일지를 조금은 더 잘 알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서, 많은 필터를 가지고 거르고 걸렀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이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배우자에 대한 필터링을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기준을 갖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필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표준화된 필터'로는 걸러지지 않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내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건 틀림이 아닌 다름이고, 만약 다른 사람들이 모두 괜찮아도 나는 힘든 게 있다면 그건 필터링을 하는 게 맞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건 매일 같은 집에서 자고, 일어나고 주말에는 시간을 굉장히 많이 같이 보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게 필요한지, 어떤 게 불편한지를 확인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만큼 무모한 게 어디에 있을까? 그건 마치 자동차의 배기량과 기본적인 성능을 알기는커녕 시승도 안 하고 겉을 보고, 한두 번쯤 앉아 보고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까탈스럽게 따지면 결혼을 하지 못한다고? 맞다. 그런데 결혼은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은 결혼을 해서 꾸린 가정을 통해 상대와 내가 모두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해야 한다. 결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여기에 더해서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상대가 나에게 맞춰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불행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관계의 기본도 모르는, 결혼을 해서는 안됐던 사람들이다. 어떤 관계에서도 한 사람이 상대에게 100% 다 맞춰줄 수는 없기 때문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다 맞춰주는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를 공주처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나 '나를 왕처럼 받들어 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결혼은 평등한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지 노예나 시녀를 사는 게 아니다.
관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과 시간이 당연히 필요하다. 상대에 대한 불평을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입 밖에 내기 전에 본인이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그게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대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만약 본인이 상대방에게 모든 걸 다 맞추고 있다면 그것도 건강한 결혼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대화가 필요할 것이고, 본인은 상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상대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그건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돈 많은 배우자'를 대놓고 찾는 분들 중에는 본인이 돈 많은 사람과 결혼을 하면 상대의 재산이 모두 본인 손에 들어오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착각이다. 돈 많은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가 본인의 돈에 매료되어 결혼한 것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력으로 상대를 철저히 구속하게 되어있다. 반대로 본인이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본인이 돈을 벌어오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착각이다. 본인이 일에 집중해서 돈을 많이 벌어올 수 있다면 그건 어떤 형태와 방법으로든 자신의 배우자가 본인이 일 외의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빨래, 청소, 음식, 분리수거가 별 일 아니라고? 그렇다면 한 달만 일하면서 그 일도 병행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본인에게서 냄새가 나거나, 영양결핍이 생기거나 일에 엄청난 지장을 받는 것을 느끼거나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걸 대신 해주는 사람이나 회사에 상당한 비용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가정주부는 당신이 그 회사나 개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의 총합의 가치 이상을 창출하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왜 그 이상이냐고? 이는 그 회사들이 당신의 불평, 불만까지 들어주는 역할은 해주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디테일들까지 맞춰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혼해서 가정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꾸린 사람들은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공간에 처음 살기 시작한 사람들은 맞춰나가야 할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디테일한 것들에서 내가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상대에게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따져보고, 어떤 것을 누구에게 맞출지를 협의하고 합의하는 대화를 많이 주고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사실 결혼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과정 없이 결혼을 한다. 아니, 그런 과정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못'하고 결혼을 한다. 그러니 그 부부생활이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있겠나? 결혼 후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할 텐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사람들은 그때 대화의 창을 닫아버리니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능하다면 결혼은 빨리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글에서 설명한 과정과 같은 시간을 갖고 서로에게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본인도 상대에게 맞춰야 할 부분은 맞출 각오를 하고 상대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과정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거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인정해 줄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결혼생활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불행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행복하지는 않은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도 그러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찬가지의 사람을 겉으로 보이는, 사회적인 표준과 기준만 갖고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해서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 모든 과정이 너무 피곤하고 귀찮다. 나는 그래서 결혼을 안 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말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현실에서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거쳐서 이뤄지고, 그런 과정이 쌓인 후에는 내가 맞출 수 있는 영역과 하기 힘든 영역이 분명해진다 (이 과정은 많은 경우 연애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은 일종의 근손실 없는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단 것이다. 상상만 해도 좋지 않나? 한 번 만들어진 근육이 다시 빠지지 않는다니...
그리고 본인이 조금 더 오픈마인드로, 상대에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이룬 가정은 두 사람의 그 다름으로 인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인격적으로도 성장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트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건강한 자아를 가진 두 사람이 꾸린 가정이 선물해 줄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혼은 굳은 의지를 갖고 하지 않겠다고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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