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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15. 2022

첫 사랑은 반드시 실패하는 이유

40까지 연애하며 알게 된 것들. 5화

첫 사랑은 반드시 실패한다. 예외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서 첫 사랑과 결혼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예외는 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첫 사랑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차태현 씨를 꼽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도 첫 사랑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을 단호하게 하다니! 라며 반박할 수 있다. 


그런 주장은 시작과 끝만 보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첫 사랑과 결혼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첫 사랑과 연애를 시작해서 헤어지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꾸준히 연애를 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첫 사랑과 결혼한 사람들은 이별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가 몇 년이 지나 다시 첫 사랑과 연애를 해서 결혼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수 차례 이별을 경험한 후에 결혼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꾼으로 알려진 차태현 씨도 연애만 13년 하면서 5-6번 헤어졌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결혼은 엄연히 말하면 '첫 사랑을 한 사람과 결혼한 것'이지 '첫 사랑으로 결혼한 것'은 아니다. 같은 사람과 연애와 결혼을 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이별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난 후에 다시 만난 건 엄연하게 말하면 첫 사랑은 아니다. 이는 그렇게 이별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사랑을 한 사람과 이별하고 나서 다시 만나 결혼을 하는 건 엄연히 말하면 그 사람과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해서 사랑을 한 것이지 첫 사랑으로 결혼을 했다고 하기는 힘들다. 


이런 얘기는 그나마 첫 사랑과 결혼을 한 극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사랑에 실패한다. 첫 사랑과 그나마 연애까지 했다면 그것도 대단한 것인 게, 대부분 사람들은 첫 사랑을 짝사랑으로 지나 보낸다. 이는 누구나 처음 하는 것에는 서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처음으로 이성에게 설레임을 느낀 상대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다가갈지를 모를 수밖에 없다. 에로스적인 감정이 섞인 사랑은 처음 경험하는 거니가. 설사 마음이 통해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이성에 대한,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다 보니 사람은 누구나 첫 사랑에 서툴고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보니 첫 사랑으로 시작한 연애는 오래가기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깨어진 가정이 굉장히 많다. 부모님이 이혼하거나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시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고 건강해 보이는 가정에서도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 배경을 깊게 들어가 보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걸쳐 군사정권까지 지내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문화와 군대 문화가 있는데, 그런 분위기의 가정에서는 건강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랄 수가 없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공부하고 경쟁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가정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가 없고,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사랑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로 성장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남녀관계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외모, 능력, 재력, 집안, 나이 등을 놓고 계산하면서 물건 고르듯이 이뤄지는 경향이 굉장히 강한 것도 제대로 된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를 하고, 공감하는 것보다 스킨십, 섹스, 선물과 고급 데이트 코스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마찬가지. 그런 게 나쁘단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일정 부분하고 유용할 수 있지만 그게 사랑의 본질은 아닌데 그게 없으면 사랑도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의식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단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가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성관계로서의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왔고 부모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들은 처음 하는 이성과의 사랑에서도 사랑을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교적이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닭살스러워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는 거의 없다. '거의 없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세대들도 결혼 후에는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너희 아빠(엄마) 같은 사람 만나지 마라'라고 말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듯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젊은 부부들도 상당수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잘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 첫 사랑은 서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자신이 서툴었음과 자신의 첫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였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서 그 사람과 다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때 두 사람은 각자의 경험들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나는 것이지 첫 사랑을 할 때의 상태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서툰 첫 사랑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이는 첫 사랑을 할 때는 누구나 말랑말랑한,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고 첫 사랑은 만남은 물론이고 이별 과정에서도 서투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심지어 그 첫 사랑의 결실도 보지 못하고 가슴앓이로 끝내야 하니 첫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어떠한 상처를 안고 첫 사랑을 하고, 끝낸다. 아니 첫 사랑은 끝낸다기보다는 끝난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 의지로, 이성으로 첫 사랑을 끝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첫 사랑은 어느새 끝나 있는 걸 발견하게 될 때가 많으니까. 


첫 사랑이 서툴고, 실패라면 실패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거기에 머물러 있단 것이다. 첫 사랑에 실패를 하면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가 어떻게 느꼈을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래야 사랑을 배우고 알아갈 수 있는데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이별을 하면 상대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상대가 나쁜 놈, 년이라는 식의 얘기들, 이별한 후에 상대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는데 그치는 사람들은 절대로 사랑을 배울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많은 경우 첫 사랑을 할 때와 같은 상태로 다음 사랑을 하고, 그런 사랑만을 반복하다 결혼을 한다. 사랑을 할 줄 모르는데, 첫 사랑의 서툴음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결혼을 하면 무엇을 보고 할 수 있을까? 외모, 돈, 나이, 집안만 남는 건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까지 가는 사람들도 '연애하는 기술'은 늘고 능숙해진다. 사실 이 지점이 상대가 사랑을 하는 것인지, 연애를 잘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너무 능수능란한 사람은 싫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그 능수능란함이 진짜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기술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랑은 하지 않으면서 능수능란함만을 가지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그런 것들을 가르쳐 주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런 생각이 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연애를 넘어서 가정을 꾸리면, 상대와의 관계가 생활이 되어버리면 그런 기술을 구사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기술을 구사하지 않는다. 기술로 하는 행동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생활 속에서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로 보이는 것을 마음에서부터 시작할 줄 알아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그냥 앉아 있고 많은 연애를 한다고 자동으로 습득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을 알아볼 줄 알아야 하며, 두 사람이 모두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연애나 잠자리나 결혼 이전에 서로에게 그렇게 솔직할 수 있고, 상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며,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에 노력이 필요한 것은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이기적이고, 사랑은 그 이기적인 인간이 누군가를 자신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힘든 사랑이 감정이나 상대를 자판 위에 놓고 계산기만 두드리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꽤나 큰 착각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2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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