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실패와 중요성

사랑학개론. 11화

by Simon de Cyrene

첫사랑은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모든 첫사랑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을 했다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애하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경우는 많지 않다. 첫사랑과 결혼까지 하신 분들 중에는 오랜 기간 동안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거나 이별한 후에 한참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런 분들은 사실 첫사랑과 결혼을 했다기보다는 처음 연애를 한 사람과 그 이후 다시 사랑을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첫사랑, 처음 사랑하게 된 이성과의 관계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면서 설레임이 동반되는 에로스적인 사랑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계속 눈이 가고, 상대 내 앞을 지나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금 더 나가면 상대가 꿈에도 나오고 상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경험이 처음일 때는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가 '첫사랑'을 인지하는 시점에는 상대도 사랑에 서툴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서툰 사람이 서툰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관계는 서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시리즈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이성에 대한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생긴 것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소유욕이 발현된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서로를 가지고 싶어 하면 두 사람은 모두 상대를 자신 중심으로 바꾸고 이용하고 싶을 테니 그 관계에는 갈등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사실 우리가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랑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여기에 더해서 과도하게 많은 정보와 주위 사람들의 말들이 첫사랑이 실패할 확률을 더욱 높인다. 첫사랑에 빠진 사람 중에 연애는 이렇게 해야 하고,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정보들은 글, 영상과 지인들의 조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공식이 개연성이 있다면 그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공식들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 공식에 포섭된다고 해도 상대가 그렇지 않다면 공식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여기에 더해서 그런 공식들은 일반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맥락 안에서도 개인차는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공식을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해석해서 적용을 하는 건 상대에게 맞지 않을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연애 초반에 욕을 먹지 않거나 최악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게 목표라면 그런 공식 중 일부가 높은 확률로 맞을 수는 있지만 그 공식이 적용될 수 있는 유효기간은 길게 잡아도 100일, 대부분 경우에는 1개월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항상 상대를 중심으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맞춰나가야 한다. A는 좋아했던 것을 B는 싫어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본인이 A와 할 때는 좋았던 것이 B와 할 때는 싫을 수도 있다. 연애와 사랑은 100% 두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두 사람은 대화와 경험을 통해 상대와 자신을 알아가면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첫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어떤 연애와 사랑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첫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자신과 맞는지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감정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데 사람은 감정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워져서 상대를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가 자신에게 가장 좋지만은 않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첫사랑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실패해도 된다. 첫사랑이 실패한 것이 그 사람 인생의 사랑에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와 남녀로서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 자체가, 그 과정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첫사랑은 가장 아프고 힘들지만, 거기에 머무르기보다는 감정이 어느 정도 추스러진 후에는 자신의 첫사랑을 돌아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똑같이 상한 고기도 잘 숙성하면 풍미가 더 깊어질 수 있지만 잘못하면 버려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실패한 첫사랑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고, 더 좋은 다음 사랑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첫사랑에 대해서 반드시 그런 과정을 가져야 하는 건 첫사랑은 그 어느 관계나 감정보다 그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똑같은 그림도 하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이 이미 그림이 가득한 도화지에 그린 그림보다 더 잘 보이듯이, 우리의 첫사랑과 연애는 우리 안에 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우리의 연애와 사랑은 첫사랑이 끝난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첫사랑을 어떻게 하고, 마무리해야 하는지는 수 십, 수 백번 강조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누군가의 첫사랑이라면, 상대의 남자나 여자로 기억에 더 남겠다면서, 상대의 첫 스킨십 상대가 되겠다며 좋아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그만큼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이는 본인이 상대에게 하는 것이 상대의 그 이후의 연애와 사랑과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사랑을 하기 힘든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첫사랑의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첫사랑이 힘들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던 사람을 온전히 품어주고 그 상처가 회복되기까지 기다려 주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계속 옆자리를 지켜주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도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기다려 주더라도 상대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상대도 똑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준에서든 첫사랑이 실패한 후에는 자신이 스스로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 그런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어떤 것도 100% 당신 탓이 아니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완벽하지 않고 실수했어도 괜찮단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했든지 간에 그것이 의도를 가지고 상대에게 되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기지만 않았다면 당신은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는 있지만 그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 힘들어질 때면, 그것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나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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