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좋아함, 사랑과 연애

사랑학개론. 12화

by Simon de Cyrene

다 좋다. 사랑은 이런 것이고, 저런 것이 거룩한 이야기를 참 오래 했지만, 그런 거 다 좋은데 '그래서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앞부분까지는 '총론'적인 내용이라면 이제부터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각론'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아니 어쩌면 몇 번의 연애를 해 본 사람들도 어려워하기도 하는 문제는 '언제부터 연인인가? 내 감정이 어느 정도 수준일 때 상대와 연애를 시작해도 될까?'이다. 소개팅에서는 3번 만나면 연애를 시작해도 된다는 속설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상대 생각이 나면 연애를 해도 된다고 말하며, 어떤 이들은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연인이 되어 있는 거지 꼭 '1일'을 찍어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사귀자거나, 나랑 진지하게 만나보겠냐는 식의 말을 하는 순간은 여전히 심장이 콩닥거리기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한다. 나 역시 '꼭 1일을 찍어야 돼?'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브런치에서 연애와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을 5년 넘게 써오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1일'을 찍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고백'에 해당하는 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이는 '연애의 시작' 또는 '연인이 되는 것'은 어떠한 감정적 상태가 아니라 '약속'이기 때문이다. 약속은 일종의 비공식적인 계약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에 상대만을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고 알아가겠다는, 상대에게 구속되겠다는 계약과 같다. 그런 계약을 정황과 느낌으로 체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이러한 명시적인 약속이 필요한 것은 사랑도, 연애도 그 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하고,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약속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오래 유지될수록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친구나 하룻밤 상대로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연인이 '그걸 말해야 아냐?'라는 질문에는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라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건 연애의 시작부터 그렇다. 사랑도, 연애도 신뢰와 함께 깊어지기 때문에 그 기초에 관계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고백을 하고, 그 고백을 받아들여도 될까?


그 질문에는 누구도 획일적인 답을 제시할 수 없다. 이는 그에 대한 답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정도면 사귀는 거네!'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서 연애를 시작하면서 상대와의 폐쇄적인 관계를 시작할 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정도 감정으로 연애를 시작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라고 하는데 감정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시리즈 앞의 글들에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거나 좋아한단 마음의 기초는 '상대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이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폐쇄적인 관계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그런 감정이 여러 사람에게 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니, 연애를 하거나 심지어 결혼을 한 이후에도 우리 안에는 그런 감정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적 상태'를 기준으로 연애의 시작점을 결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감정의 경계를 지어야 한다면 '호감'은 상대에게 관심이 가고 궁금한 상태일 것이다. 호감은 상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나 상대에 대한 신뢰는 없지만 매력이 느껴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상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상대를 알았던 기간에 비해서 감정이 빨리, 크게 드는 건 상대를 갖기 위한 경쟁이 눈에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 대상을 잘 몰라도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있거나 가지고 싶어 한단 것을 알면 더 가지고 싶어 지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을, 오롯이 그것만이 목표인 사랑을 처음부터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좋아하게 될 때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고, 상대를 가지기 위해 상대에게 맞춰준다. 그건 엄연히 말하면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갖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니, 우린 연애 초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랑은 두 사람이 상호 간에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다 보면 상대가 누구보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감동하고, 고마워하며 그 과정을 통해 나도 상대를 언젠가부터 순수하게 소중하게, 오롯이 상대를 위한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애 초기에는 누구나 자신을 위해 상대에게 잘해주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의 상태'로 상대와 연애를 해도 될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호감을 넘어 좋아하는 마음 정도가 생겼다면 상대와 폐쇄적인 관계인 '연인'이 되기로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의 강요도 없이 만약 두 사람이 마음만 맞는다면 '호감'이 있는 정도의 상태에서도 연애를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연인'은 자연에 존재하는 관계가 아니라 '연애'라는 사회적 행동을 함으로써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와 연인의 시작은 일정한 감정적 상태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결단을 통해 상대와의 '약속'을 통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되고, 상대만을 더 깊게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연인이 되는 결단을 내리면 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결단이 집요한 설득이나 강요가 아니라 온전한 본인의 자유의지로 내려져야 한단 것이다. 이는 그래야 본인이 그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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