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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04. 2022

희소성은 돈을 부른다

돈의 원리. 10화

남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가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 지를 알고 있다. 그 구조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라는 것 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수요와 공급'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기 때문에 자신이 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뻔한 얘기는 누구나 알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단계를 지나침으로 인해 돈을 많이 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운동도, 공부도 '기초'가 중요한 것처럼 돈을 버는 것도 기초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그 위에 다른 것을 쌓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을 현실에서 돈을 벌려는 관점에서는 '희소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가 있지만 희소한 것들이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가치가 높아서 희소한 것이 아니라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높아진단 것이다. 산삼이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희소하지 않으면 가격이 낮을 것이고, 트러플도 희소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닌가? 다이아몬드가 비싸지기 시작한 것도 한 때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90%를 공급하던 세계 2위의 다이아몬드 회사 De Beers가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높인 영향이었다. 


제품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업도, 우리가 받는 임금도 마찬가지다. 사업은 남이 아직 하지 않는 희소성이 있는 것으로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사람도 경험과 능력치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어야 받는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사업의 경우 제품이나 시장이 '희소성'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 제품과 시장은 아직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블루 오션'이라고 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리스크가 그만큼 많고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사업을 해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건 대부분 사람들이 리스크를 많이 지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리스크를 졌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블루오션'에 뛰어드는 건 조심해야 하지만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그런데 사업의 '희소성'은 엄청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예를 들면 같은 파스타를 해도 엄청난 맛을 낼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도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성공하지 않나? 그와 같은 '비법'을 통한 성공사례들도 사실은 '희소성'의 원리 덕분에 성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낼 수 없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야 사람들이 계속 찾고, 그에 따라 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프랜차이즈 지점을 하시는 분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힘든 것은 프랜차이즈는 그 본질이 '희소성'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치킨의 경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희소성'적인 측면에서는 최악의 아이템이다. 프랜차이즈의 지점은 본사에서 대량구매를 통해 원자재의 가격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는 대신 정해진 레시피를 통해 평균적인 맛은 보장해줌으로써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는 갖고 있지만 그 수익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브랜딩, 광고, 홍보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가 잘 되면 비슷한 것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의 지점은 '희소성'적인 측면에서 갖는 한계로 인해 구조적으로는 많은 돈을 벌기는 힘들다.


사람들이 '기술을 가져야 해'라는 것은 그들이 '희소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다'는 희소성의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회사에서 연봉을 더 받는 것도, 독특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채용이나 이직이 잘 되거나 연봉을 더 받는 것도 모두 '희소성' 때문이다.  


그러한 희소성을 시장이 보호해주는 영역도 있다. 저작권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우리는 막연하게 '표절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표절이 금지되는 건 글, 음악과 그림의 특성상 표절을 하는 건 다른 제품으로 따지면 다른 사람이 생산한 물건을 훔쳐서 파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은 창작물에 경제적 가치가 부여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인정될 수 있는 개념이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화가가 아니라면, 당신이 그린 그림을 누군가 따라 그렸다고 해서 그게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지 않나?


이러한 저작권을 인정해 준 배경에도 '희소성'이 있다. 저작권은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출판물은 '생산'은 쉬워졌지만 그 내용을 '창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창작하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이 돌아가지 않으면 창작을 계속하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이지 그 창작물 자체가 고귀하기 때문에 인정해 준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은 결국 창작물의 '희소성'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창작을 할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이러한 '희소성'이 제도에 전혀 의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희소성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단도 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로스쿨 제도 초기만 해도 변호사들은 '변호사 합격률이 높으면 실력 없는 변호사들이 배출되어서 변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공익적인 부분을 내세우며 우려를 표했었다. 그런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후로는 변호사 합격률을 높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대놓고 '변호사 시장이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 제도는 '희소성'을 목표로 해서 변호사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로스쿨 제도는 오히려 반대로 변호사의 숫자를 늘리고 희소성을 제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법률상담과 변호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이는 '변호사'는 '변호사 윤리장전 제1조에 나와 있듯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며, 법을 통한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봉사하며, 법령과 제도의 민주적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변호사 합격률을 낮춰 배출되는 변호사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변호사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주장이다. 약사, 의사와 같이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공익이 우선되는 자격증 시험 중에 합격 인원을 정해놓은 시험은 없다.  


변호사들도 자격증의 희소성 보장받아 일정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법적 지식과 다른 전문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희소성을 만들어내서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해야 한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도 사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법적 지식을 더함으로써 그 영역에서 자신이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에 있었던 영역에서의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경험과 법적 지식을 결합함으로써 '희소성'이 생김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자격증의 희소성'에 집착함에 따라 그러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거의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로스쿨 제도의 현실이다. 


이처럼 희소성도 어느 지점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사업을 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가 중요한데, 그 지점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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