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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04. 2022

돈벌이와 인문학의 상관관계

돈의 원리. 11화

앞의 글들에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창출한 가치와 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번 돈 중에 일부가 내 주머니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정도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희소성'이 돈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희소성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키가 3m에 이른다면 희소성으로는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그게 돈을 벌어다 주지 않고, 혓바닥을 2바퀴 돌릴 수 있으면 그건 기이하고 희소성이 엄청나지만 그것만으로 금전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어디에 발을 내딛느냐]이다. 그런데 이미 어느 정도 이상 형성되고 포화된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확보한 시장을 빼앗아오는 출혈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희소성]이 아니라면 그 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존 시장에 발을 내딛는 경우 '시장분석'을 통해 그 안에서 차별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런 시장에 발을 내디뎌 자리를 잡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나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힘과 노력을 들인다. 이 경우에도 '시장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장분석은 다양한 기준과 통계를 통해 이뤄지는데 시장은 그러한 정량적인 수치들만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런 정량적인 지표들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정성적인 요소들이 필요하고, 정량적인 지표들보다 정성적인 특징이나 관점들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분석할 때는 정성적인 요소를 고려해야만 하는데 시장에서 '정성적인 요소'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다. 


인문. 사회과학이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을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문학을 우리나라 고등학교들의 암기식 교육처럼 어떤 작품을 누가 몇 년에 썼고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되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객관식으로 시험을 본다면, 그런 내용으로 시험을 본다면 인문학은 현실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물론이고 사회과학도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교육을 하면 현실을 바라보고, 분석해서, 이해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현실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문학작품에 접근하더라도 작가의 성장환경, 배경과 이력, 작가가 살았던 공동체, 사회와 시대의 특징을 바탕으로 작가가 왜 특정 작품을 특정한 방식으로 써나갔는지를 분석하면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동인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문학작품이 배경으로 하는 시대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만약 문학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우리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하도록 교육을 하면 학생들은 시대를 읽고 해석하면서 그 안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요인들에 도출하는 훈련이 될 것이다. 


사회과학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이나 행정학의 경우 정치사부터 시작해서 국가론에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제대로 공부하면 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유인에 의해 움직이고,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 지를 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시선은 기업의 관점에서 사회를 볼 때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훈련이 된 사람들은 사실 회사 안에서도 그런 관점으로 시장과 제품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내가 돈을 번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열어서 그 사람의 지갑이나 통장에서 내 통장으로 돈이 옮겨진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어떤 시장에서 어떤 사업을 어떤 희소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인문. 사회과학 전공 교수들의 교육 방법이 잘못되어서 학생들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지 못해서 인문.사회과학 전공 학생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인지, 기업들이 '신입사원은 빨리 회사를 이해하고 적응해서 가장 아래쪽에서 부품으로써의 기능과 역할을 하면 충분해'라고 생각해서 경영학 전공자들을 주로 채용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아니 둘이 모두 작용한 거이라고 해도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취업이 힘든 현실은 사실 비극적이다. 이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시각들이 모이고, 부딪히고 통합되어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나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는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거나 더 탁월한 업종에서도 창의적이거나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상당수 기업들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이 유행처럼 번졌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기 위한 방법들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사실 그런 접근법과 방법론 자체가 틀에 박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길러지고 발현될 수가 없다. 창의성은 틀을 깨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틀에 가둬놓고 창의성을 가르겠다니... 그러한 접근법이 창의적인 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창의성은 절대로 어떤 틀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의성의 기초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야 하는 것이고, 세상을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감정들도 느끼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의 시작도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인문.사회과학은 시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희소성이 있는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요소들은 수치화되거나 증명될 수 없다 보니 정량평가만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인정받고 존중받거나 적절한 대우를 받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고,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기초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 사람이 지갑을 여는 것을 잘할수록 돈을 잘 벌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우리가 타깃 하는 사람들의 지갑만 열 수 있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이게 인문학이 아니라면 무엇이 인문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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