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Apr 13. 2023

사람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소고. 1편

이번에 쓰는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글은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이는 우리가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해 하는 생각들은 그 이면에 사람에 대한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해야만 하는가? 연애할 때 연인 간의 다툼이 발생하면 누구 잘못일까? 폴리아모리는 실현가능한가? 동성애도 사랑일까? 와 같은 주제들은 사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면 그에 대한 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해체주의적인 사고가 만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탄수화물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을까?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고 근육을 만들 수 있을까? 없다. 이는 세상에는 '다름'이 아니라 '틀림'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무조건 쿨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강요받는 사회에서 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니다. 세상에는 다른 것이 존재하고, 틀린 것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더 '틀림'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름'이라고 주장되는 것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건 그만큼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점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겠는 지점은 무조건 '다름'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과학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는데 우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게 많을 수가 있냐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우주 전체에서 먼저의 크기에 불과한 지구에 대해서도, 그중에서도 달에 가서 보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인간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진화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화론에 대한 책을 직접 읽어보면 그 안에 있는 내용들은 근거를 가지고 입증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적인 체계를 갖춰서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화론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진화론은 이론일 뿐이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진화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지동설이 밝혀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다고 해서 창조론이 과학적으로 맞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창조론은 말 그대로 '믿음'의 영역이고, 창세기는 팩트를 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당시에 쓰여진 문헌들은 문학적인 요소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창조론에 과학을 맞추려는 시도는 진화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다름이 아닌 '틀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최소한 한 가지는 전제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악설과 성선설, 성무선악설이 있지만 그러한 이론들은 깊게 들여다 보고, 그런 주장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하나 같이 인간 안에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사실은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선함과 악함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다른 답을 제시하지만 그 이론들도 결론에 가면 인간은 선함과 악함은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보면 우리가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갖고 있단 사실은 전제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고, 그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사실 인간이 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지는 그러한 어려운 '이론'들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인간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랜 연인도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두 사람이 따로 살아온 과거는 물론이고 연애를 할 때도 두 사람은 같이 지내는 시간보다 같이 지내지 않는 시간이 더 길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연애를 했어도, 일주일에 주 7일을 만난다고 해도 연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타고난 기질들이 있고, 그 기질은 모두 다르다. 우리는 이 사실 또한 어렵지 않게 인정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 수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글을 아무리 쓰려고 해도 한 문장 쓰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으며, 어렸을 때부터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구분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설사 완벽하게 동일하고 동질적인 경험을 하면서 24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그 경험을 다르게 보고, 경험하고,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와 완벽하게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 보니 사람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MBTI만 보더라도 우리는 이를 알 수 있다. 우리는 MBTI검사를 해서 인간을 16가지 부류로 정의하려고 하지만 그 검사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I여도 그 성향이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고 이는 모든 항목마다 그렇다. 각 항목을 얼마나 세세하게 나눠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경향성은 사실 무한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사람 같은 건 존재할 수도 없고, 이는 '타고나게 모든 것이 잘 맞는 사람 같은 것은 없단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MBTI가 바뀌지 않나? 나만해도 2008년에 처음 MBTI를 했을 때는 ESTJ가 나오더니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ISTJ가 나왔고, 얼마 전에 온라인에서 간이로 해본 여러 검사들에서는 ISFP나 INFP가 나오더라. 우리는 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잘 맞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가족과 환경 속에 태어나서 다른 경험을 하며 나이가 든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 완전히 똑같을까?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최소한 유치원에 가는 순간부터 가족과 하루의 절반도 제대로 보내지 않지 않나? 집에 와서도 부모님이 TV를 보거나 음식을 하는 건 엄연히 말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일 뿐이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그 안에서도 가족은 각자 자신의 세상에서 다른 경험을 축적한다. 


같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형제, 자매, 남매도 각각 누구에게서 어떤 유전자를 더 받았는지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가정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서로 달라지게 된다. 이는 쌍둥이도 타고난 기질이 완전히 똑같지 않을 뿐 아니라 같은 학교를 다녀도 다른 반에 있거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축적되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나 다른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자신의 경험과 상식과 기질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판단한다. 인간이 그러할진대 어떻게 자기중심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오해하지 말자. '자기중심적'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자기 중심성은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구구절절 길게 쓴 내용이 받아들여지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본인이 잘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자기 중심성'은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게 해주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자기 중심성이 '나의 경험과 지식이 절대적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틀린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가 힘든 존재가 되어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두 부류의 사람들 중 전자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고 후자는 '이기주의'적인 사람인데, 우린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이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말 그대로 '개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사람의 다름도 존중할 줄 아는 반면 '이기'주의적인 사람은 자신만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자기 중심성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자기 중심성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에너지 레벨에는 한계가 있고 더군다나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을 돌아보거나 돌볼 시간이 없다 보니 누구도 자신과 완전히 다른 것도 다름으로 인정은 하더라도 그 다름과 공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기질과 경험으로 인해 공존하기 힘든 사람들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자기 중심성은 관계를 자기중심적으로 가져가고 싶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우리는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사실은 인정하고, 전제해야 한다. 이번 시리즈는 이런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전제로 하고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트로.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