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이유. 6
노총각이 된 최근까지도 연애와 결혼과 관련되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이다. 놀랍지 않나?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것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니. 이 얼마나 나를 생각 없는 사람으로 아는 것인가!
외모는 분명 연애와 결혼은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라고 해서 외모가 아예 필요 없는 것일까? 샐러드는 드레싱 없이도 먹을 수 있지만 드레싱을 더했을 때 더 맛있고, 맛집에서 밥을 먹어야만 끼니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맛집에서 먹는 것이 미각을 자극하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외모는 분명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이 만들어지기 전에 상대를 나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단 마음이 만들어내는 설레임으로 상대와의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그건 아무래도 상대의 외모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연애는 물론이고 특히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외모가 그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외모가 훌륭한 상대라고 해도 다른 요소들에서 부족함이 느껴지면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집에서 대문이나 입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문이 없는 집에는 살 수 없듯이 외모에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를 시작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혼은 더더욱 하기가 힘들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는 항상 있다. 두 사람이 상당기간 지인으로 지내서 상호 간에 신뢰가 깊게 형성되었거나 상대의 특정한 모습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 경우에는 외모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사랑으로 가는 길목에는 필연적으로 '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소유적인 감정이 일정 부분 작용하다 보니 외모가 아예 연애나 결혼은 물론이고 사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사실 한 사람의 '외모'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도 살집이 있는 편이고, 살집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집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를 덜 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이목구비가 아니라 표정과 행동, 입는 옷에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상대의 외모를 보는 건 단순히 이목구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외모는 절대로 볼 필요가 없다'라고 까지 할 필요는 없다.
연애와 결혼과 관련하여 외모를 보는 것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외모만' 보는 사람들이다. '외모만' 보는 것은 분명 위험할 수 있는데, 우리가 앞에서 '사랑'에 대해 정의한 내용을 생각해 보면 '외모만' 보는 것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사랑이 아니다. 외모만 보고 설레는 마음에 빠져 연애를 시작하는 건 마치 예쁜 가방이나 자동차를 갖고 싶은 것처럼 상대의 외모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만 충실한 결정이다.
그렇다 보니 외모만 보는 사람들은 마치 예쁜 차를 샀는데 알고 보니 성능이 떨어져서 처분하는 것처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차는 팔고 나면 그만인데, 연애는 우리 안에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는데 있다. 외모는 훌륭하지만 폭력적이거나, 상대를 함부로 대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는 건 우리 안에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본인이 사람을 보는 눈이 특별히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 이상 서로를 알아가는데 시간을 오래 갖는 게 나쁠 건 없단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상대에게 잘해주는 기간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 보니 서로를 알아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마음은 사그라들면서 상대의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다. 외모에 빠져서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들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도,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에.
외모가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에서도 차지하는 중요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모를 무시하고 살 수 없는 것도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갖는 한계인 것도 분명하다. 남들의 기준에서야 어떻든지 간에 내 눈에는 보기 좋아야 한 번씩 화가 났다가도 외모를 보고 감정이 가라 앉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 내 사람이다'라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같은 조건이라면 '객관적으로' 훌륭한 외모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내 눈에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과 만나는게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에도 도움이 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엄청나게 잘 생기거나 예쁠 필요는 없지만, 내 눈에는 좋아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내 눈에는 좋아보여야 상대에게 예쁘다, 잘 생겼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당신을 선택한 것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지만, 외모도 작지 않은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