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사랑 같은 사랑 아닌 것들

연애와 결혼의 이유. 4

by Simon de Cyrene

모든 형태의 사랑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이타심'이라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것들은 무엇일까? "나를 사랑한다면서 000도 못해줘?"와 같은 말이 사랑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면 우리는 진짜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될까? 이 부분이 어려운 것은 우리는 여러 감정을 한 번에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사람들은 누군가를 봤을 때 가슴이 콩닥거리고, 설레이면서 그 사람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꼭 사랑을 할 때만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만났을 때, 심지어 그 연예인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이라도 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날 저녁에 그 연예인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갖고 싶은 시계, 차, 가방을 샀을 때도 마찬가지.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그런 것들을 사기로 한 날부터 그 물건을 실제로 산 뒤에도 짧게는 며칠에서 길면 몇 달까지도 그 물건을 떠올리거나 만지면 설레임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대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두 감정의 뿌리가 똑같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호감을 느끼거나 좋아한단 마음이 들 때, 첫눈에 반한 것 같을 때 느껴지는 감정과 설레임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다. 연인들이 '나도 네 거, 너도 내 거'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우리의 그런 감정들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게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상대를 갖고 싶은 마음은 놀랍게도 인간을 잠시나마 이타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지불하고 일방적으로 가져오지만, 사람을 갖고 싶을 때는 상대가 내게 와야 한단 것을 알기에 사람은 상대를 보고 설레고, 가슴이 콩닥 일 때 상대에 맞춰서 행동한다. 마치 사냥을 할 때 덫을 놓는 것처럼.


그런 감정들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란 것은 연애 초기에 연인들이 보이는 패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연인이 되기 전까지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출 것 같았던 상대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돌변하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가?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사줘야지'라거나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식으로 조건을 붙여서 요구하는 건 사랑을 미끼로 삼아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려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러한 마음과 생각이 드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야 상대에게 맞추기 시작하기 때문에.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깊게 갈 수는 없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기싸움을 하면서 으르렁대는 관계가 어떻게 지속가능하겠나?


처음부터 상대를 완벽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모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대에게 나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열고 상대에게 맞추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어느 정도의 소유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에게 맞추고, 상대에게 잘해준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상대가 어떤 의도나 마음으로 자신에게 맞추는지와 무관하게 상대의 그러한 행동이나 말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자신에 대한 상대의 배려와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는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깊어지게 되면 두 사람 간에는 신뢰가 형성되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기 힘든 관계가 만들어진다.


안타깝게도 모든 관계에서 이러한 사랑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왜 그럴까? 두 사람 중 최소한 한 사람 이상이 상대에게 솔직하지 않거나 상대를 소유하려 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깊어질 수 없다. 겉으로는 상대에게 맞춰주지만 그 의도는 상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인 경우나 자신이 사실은 무리하면서 힘들게 맞추고 있으면서 괜찮다고 하고 있다면 그 관계는 깊어지거나 신뢰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상대를 만나고 있을까? 그 생각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들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정도 선물을 주고, 이 정도 시간을 썼으면 상대는 그에 대한 대가로 나에게 이 정도를 돌려주거나 이 정도 스킨십은 해도 된다는 생각은 결국 내가 투자한 만큼 상대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돌려받겠단 생각이 아닌가? 그들은 그러면서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한다.


그런 마음과 관계를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모든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 수 있다.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것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고, 상대에게 투자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소유욕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최소한 자신에게 솔직하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어려운 것은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게 맞춰주는 지를 알기가 힘들고, 자신이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본인을 소유하고 싶어서 잘해주고, 본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원하는지 여부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솔직할 때만 알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이 사랑인지, 소유욕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과 관련하여 여러 공식을 제시한다. 공식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 공식들이 얼마나 일리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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