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이유. 3
'사랑'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사랑이 밥을 먹여주니?'라는 말. 그런데 사랑은 놀랍게도 밥을 먹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 자체가 밥벌이와는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사랑은 밥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쓰게 하기 때문에 밥을 먹기가 힘들게 만든다. 연애를 할 때는 데이트 비용을 내야 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두 사람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사랑을 하게 되면 돈을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 정말 돈을 더 많이 쓰는지를 생각해 보자. 상대가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사람이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게 많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사랑이 '이타심'이라면 자신이 반드시 그 사치를 누리고 즐겨야 하는 사람은 상대를 봉으로 생각하고 이용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만나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현실에서 사랑을 하지 않음으로써 적지 않은 돈을 쓴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재미있고 즐겁게 쓰기 위해 돈을 들여서 취미생활을 하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그게 금전적인 지출이 아닌가? 그렇게 살아도 자신의 밥벌이가 지속가능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사람들은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취미생활과 반려동물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외로우면 외로울수록 더.
취미생활이 없거나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결국 뭔가를 하게 된다. 꼭 명품을 사지 않더라도 자잘한 쇼핑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고,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계속 돈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왜 결혼하기 전에는 돈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하겠나? 남자들은 계속 사람을 만나고, 술자리를 갖거나 게임을 하고 차를 바꾸는데 돈을 쓰고 과거에는 여자들은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것을 사는데 돈을 쓴다. 다시 말하지만 본인이 정말 돈을 잘 벌고, 그런 생활과 삶이 지속가능하다면 그렇게 사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2022년 기준으로 국민 전체의 76%가 월급을 받는 근로자이고, 평균퇴직 연령이 51.7세이며, 근로자 1인당 평균 급여가 4,024만 원인 사회에서 그렇게 사는 삶은 절대로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반면에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떨까? 다시 말하지만 여기에서 '사랑'은 단순히 연애나 결혼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은 두 사람이 모두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이타심을 갖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 관계가 형성된, 진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은 연애를 할 때 무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모두 연봉이 수억대라면 두 사람이 여전히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두 사람은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은 서로의 경제형편에 맞춰서 지출을 할 것이고, 수입이 더 많은 사람은 본인이 여유가 있는 만큼 더 베풀 것이며,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진짜 자신을 위해주는, 자신을 향한 이타심을 가진 사람이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신뢰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사람들은 다른 것에 대한 지출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무엇인가를 위한 보상심리에 기초한 소비는 하지 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부분들 외에 조금 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이 사랑과 밥벌이의 관계에 작용하게 된다. 이는 특히 결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결혼을 하게 되면 진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은 상대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게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돈을 벌어오는 '가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하는 굉장한 착각이 한 가지 있다. 그건 본인이 가족을 위한 엄청난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희생이란 순수하게 상대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돈을 벌어오는 것이 희생이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물론, 본인이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도 일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벌어오고 가정주부로 일하는 사람은 그 혜택만 누리며 자신은 밖에서 힘든 일을 하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그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일은 했을 것이고, 본인의 취미생활이나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전업주부로 있는 배우자가 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하거나 돈을 써서 사람이나 서비스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정 수준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정에 집중하며 조금이라도 비용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고 돈을 벌어오는 가장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부의 경제적 가치는 가장이 벌어오는 돈의 50%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정주부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돈을 버는 사람은 그 덕분에 돈을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가장으로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하는 것이라니,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리고 여기에서 조금 더 나가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유인이 되기도 한다. 나의 예를 들어보자. 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살면서 혼자 사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불편함을 느끼기는커녕 엄청나게 비싼 취미가 있지 않은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도 매년 돈이 모일 정도의 수입은 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싱글은 내 입장에서는 더 열심히, 많은 일을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할 유인이 크게 없다. 지금도 내 삶은 충분히 괜찮기 때문에.
문제는 과연 이게 지속가능한가에 있다. 내가 더 많은 돈을 벌고, 내 이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지금과 같은 삶의 수준을 사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고, 프리랜서 시장에는 언제든지 누군가를 대체하기 위한 몸값이 더 싼 사람이 있으며, 무엇보다 나 역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그 일을 하는데 재미와 보람과 의미와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 지금 하는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아 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삶이 괜찮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고, 내 능력치를 높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을 늘려가는 건 내게 꽤나 힘든 과업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내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 더 여유롭게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서 모아놓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는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도 그에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질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사랑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기면 더 일할 유인이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더 열심히 일하다 보면 더 오래 일하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돈에 대한 시리즈에서도 내가 한 얘기지만 돈을 버는 과정은 힘들고,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내 주머니로 옮기는 게 어떻게 쉬울 수가 있겠나? 당신이 통장에 있는 돈을 아끼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을 아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 돈을 쉽게 당신에게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해서 돈을 더 벌기 위한 노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확률이 높고, 그 과정에서 행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20-30대에는 그게 가능할 수 있겠지만 생물학적으로 노화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자신만을 위해 그렇게 일하는 건 자신이 곧 욕구와 욕망덩어리가 아닌 이상 자신만을 위해 돈을 벌며 일하는 건 쉽지 않다. 이는 돈을 많이 버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 욕구와 욕망덩어리인 사람들은 주위를 힘들게 하거나 피곤하게 해서 사람들이 많이 붙어있지 않는 확률이 높은데, 앞에서 살펴봤듯이 인간은 관계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사람들 중에 '내가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일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싶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당신이 계속 일할 동력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우리에게 밥을 먹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