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이유. 9
지금까지 연애와 결혼의 공통점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분명히 다르다. 기혼자들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이 이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문제는 기혼자들도 대부분이 연애와 결혼이 왜 다른지를 딱 집어내지 못한다는데 있다. 상대 부모를 의식하여한다거나, 가정끼리의 결합이라거나, 집에 돌아가면 여자친구가 매일 있다는 식의 얘기만 하지만 그건 연애와 결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이지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말하는 것이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결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결혼을 하기에는 이른 시기에 결혼을 결정한다. 그리고 결혼한 후에는 다투고, 실망하다 일부는 갈라서고 일부는 역경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린다. 사람들은 신혼은 마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행복한 2-3년의 신혼생활을 보내다 신혼생활이 주는 새로움이 주는 엔도르핀 작용이 사그라들 때부터 다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신혼부부들은 신혼 초기부터 격렬하게 싸운다.
아니, 사실 그런 부분들은 이미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만과 여러 생각이 쌓여왔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가 원한다니까, 사람들이 결혼식은 신부에게 맞추는 거라고 하니까,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없어질 문제니까...라고 사람들이 유예했던 문제들은 그냥 지나 가지지 않는다. 그런 불만이 해결되거나 타협되지 않는 이상 그런 생각과 마음들은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신혼여행에 가서 내내 싸우기만 하다 돌아오는 부부들이 적지 않은 것은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그 사람들이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책임감이 과도하게 강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헤어지면 부모님께서 힘드실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 남들도 다 힘들게 결혼하는 것일 테니까 그냥 참고, 참고, 참던 사람들이 보통 언젠가는 쌓여있던 것들이 폭발을 한다.
그래선 안된다. 하나, 하나를 갖고 다 싸우고 우겨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결혼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이유를 들어보고 한 지점에서는 한 사람이 양보하면, 또 다른 지점에서는 다른 사람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두 사람이 같이 맞춰나가야 결혼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쌓이는 앙금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특정한 무엇인가가 상대에게 왜 중요하고, 상대가 무엇을 얼마나 양보했는지를 두 사람이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쌓인 것들은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내 지인 한 명은 연애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 결혼하는 과정에서는 하루도 싸우지 않은 적이 없고, 결혼한 후에는 나만 만나면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배우자를 비난한다. 그리고 분륜 도 저질렀다. 그 사람은 차라리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헤어졌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사실 서로의 민낯을 보고, 평생을 두고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자신과 부모님의 체면의 문제는 한순간이고, 결혼생활은 평생임을 잊지 말자.
그렇다면 결혼한 사람들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은 왜 불행해질까? 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결혼에 대한 결심을 '무엇이 좋고, 잘 맞는가'를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특정한 면이 좋고 잘 맞으면 연애는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애를 할 때는 상대와 잘 맞지 않는 부분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애를 할 때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춰준 데이트로 인해 피곤해져도 집에 돌아오면 본인 방식으로 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 함께 있는 게 즐겁고, 재미있고, 좋으며, 상대의 스펙, 외모, 학벌, 재산이 자신의 기준을 통과하면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결혼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리고 농구를 잘하는 사람이 축구를 잘하지 않듯이 연애가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해서 결혼생활이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혼을 하고 나면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는 시간보다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함께 살면서 상대가 본인과 함께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가 눈으로 확인되며, 심지어 그 패턴이 본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 두 사람이 아무리 각자의 수입을 관리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공용예산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얼마나 비슷하고, 잘 맞는지가 중요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는 두 사람의 다름이 더 중요하다. 상대가 완벽해 보이고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생각이 드나? 그렇다면 결혼은 일단 미루고 연애를 더 해보기를 바란다. 그 행복과 즐거움에 두 사람이 익숙해지고,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 상대에게 맞추는 에너지 레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두 사람의 다름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그걸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춰나갈 수 있는지가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도 행복할 수 있을지의 잣대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상대에게 맞추지 않고 솔직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항상 그랬다. 나는 20대 때부터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것만 해주겠다고 했고, 그래서 상대가 섭섭해하기도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랬던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그랬다 보니 역설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맞춰줄 수 있는 영역과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더라. 내가 그랬던 가장 큰 이유는 서른에 결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땐 몰랐다. 내가 이 나이 들어서까지 이러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와 연애를 할 때 [일단] 상대에게 맞춰준다.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서. 사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 수준을 넘어서 '사랑'에 이르렀다면 그 뒤에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본인들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상대를 소유하려는 마음이 더 큰 상태에 있다 보니 결혼준비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서 상대에게 맞춰주면서 한다. 그렇게 결혼한 관계에서는 결혼 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연애는 지금 당장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 상대가 자신의 피난처가 되고, 하루 종일 붙어있지 않을 때는 누구나 내가 소유하고 싶은 상대의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거나,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수용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연애와 결혼에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자. 연애와 결혼생활은 다르기 때문에 시작할 때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