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게 나왔다고 해서 그걸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나는 얼리어답터는 절대 아니고, 확실히 검증된 것들을 중심으로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아마도 학부를 졸업한 뒤 첫 직장이 IT기업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새로운 기술에 발을 들이는 걸 주저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 취업을 했을 당시에는 내가 전혀 원하거나 예상하지 않았던 회사에 입사했기에 나와 어울리지 않는,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내 동기들도 대부분 다른 회사를 포기하고 그 회사를 선택했지만 나는 아마도 다른 회사에 합격했다면 다른 회사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그 회사에만 합격한 한 것은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들 중 한 가지였다.
어느 정도냐고? 남들 다 스마트폰 쓸 때, 나는 굳이 블랙베리를 썼을 정도로 나는 IT와 기술에 대한 왠지 모를 반감이 있었다. 지금도 사실 SNS를 사용하긴 하지만, 아니 심지어 SNS에서 마케팅을 기획하는 업무를 마케팅 대행사에서도 했지만 여전히 광고가 넘쳐나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귀찮아서 싫어하며 그 귀차니즘 덕분에 숏폼에 중독되지는 않을 정도로 나는 IT분야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 나도 이제는 AI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사용할 때도 사용하지 않다가 2024년 12월에 은사님께서 '야, AI를 써서 연구하면 훨씬 효율적이야'라는 말씀을 해주시길래 도대체 AI가 뭐길래 교수님까지 이렇게 말씀하시나 싶어 그다음 날 곧바로 Chatgpt유료계정을 결제했다. 그리고 겨우 반년이 조금 더 지난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플랫폼은 AI기반 서비스들이 되었다. 그것도 여러 가지를 돌아가면서, 용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일을 할 때 이제는 AI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지만, 고민이 되는 지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학에서, 보따리장수인 시간강사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이런 시대에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과연 내가 월급을 받고 있는 이 대학이란 플랫폼이 과연 이런 시대에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정년을 보장받은 대학교수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겠지만, 그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주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나 같은 보따리장수들은 다르다. 강사법상 강사에 불과한 내가 수강신청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다른 수업에서 주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주고 있다는 게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알려져야 한다. 강의평가에서도 학생들이 수업에서만 보는 강사보다는 같은 학교에 속해 있는 교수님들에게 더 점수를 잘 주는 것이 현실이고,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내가 과연 학교에 남는 게 의미가 있고, 남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러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내린 결론은, 대학 교육은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하단 것이다. 다만, 대학교육에서 학생들이 가져가야 할 것들은 더 이상 물리적인 지식이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육은 바뀌어야 하고, 학생들에게 다른 기관에서 주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 시리즈는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