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건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을 상대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그것을 무엇인가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돈벌이와 사랑은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돈벌이와 사랑은 결정적인 지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는 돈을 벌 때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만큼 돌려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야근을 시켰다면 야근 수당을 줘야 하고, 돈을 받고 음식을 팔았으면 음식을 먹고 아프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돈벌이는 철저한 대가관계에 있다.
이와 달리 진정한 사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온전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내가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준 것을 상대가 좋아하고 기뻐할 때 자신도 기쁘고 행복해진다. 사랑은 그래서 비이성적이고,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얼굴을 보기 위해서 왕복 4-5시간이 걸리는 길을 가고, 상대가 갖고 싶은 선물을 주기 위해 자신은 쓰지 않고 돈을 아끼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한다.
사랑이 돈벌이와 또 다른 지점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당연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가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사게 되면, 상대에게 그 무엇인가의 점유를 넘기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을 상대에게 판 사람은 그 대가로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서는 누구도 그런 권리나 의무를 갖지 않는다.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무엇인가를 주지 않아도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자신이 상대에게 주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저걸 줘야지'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이는 정말 상대를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무엇을 받고 싶다는 생각보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요구하는 것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 관계를 폄하하거나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기가 힘들다.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 상대에게 일정한 '주고받는' 관계를 요구하거나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주도록 기대하는 것은 완벽하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호감과 좋아함과 사랑이 어느 정도 결합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기에 어떠한 관계에서의 사랑도 온전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그 관계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구성비가 높은 관계나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한 번씩 마음의 브레이크를 잡고 '내가 이것을 요구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을 나는 상대에게 해주거나, 주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내가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있으면서 상대에게는 그러한 사랑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가 아닌가. 그게 본인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책을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하는 부모와 얼마나 다른가?
사랑은, 연인은, 부부관계는, 가족은 거래관계가 아니다. 그 관계가 다른 관계보다 특별한 것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거래적인 사고를 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 만큼은 누군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그 손해가 손해로 여겨지기 않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사랑, 연인, 부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는 관계에서도 돈벌이하는 것처럼 1대 1로 거래를 하거나 누군가는 상대에게 주기만 하고 상대는 요구만 한다면 그 관계는 거래관계이다.
그렇다면 그 관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 사랑, 연인, 부부, 가족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