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그렇게 받는 영향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 우리는 상대방의 일부를 우리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거울효과 (mirroring effect)적인 면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좋지 않은 경험을 할 경우 우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본다. 전자를 보고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고 표현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때때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위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다. 단적인 예로 본적까지 서울인 서울촌놈인 나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고등학생 시절 각 지역 사투리를 다 섞은 이상한 말투로 대화를 했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앞자리에 앉은 친구들의 말투를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더라. 그뿐 아니라 난 시시때때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사실 내가 되고 싶은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나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피하기도 하고, 특정 조직을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을 가족들이 드러낼 때는 그에 저항을 하느라 때때로 과격해지기도 한다.
사실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것은 우리도 모르게 부모님의 말투, 가치관, 행동에 우리가 영향을 받는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렸을 때는 정말 싫었던 부모님의 모습, 말투, 가치관, 행동을 나이가 들면서 우리도 모르게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나? 닮고 싶어서 닮는 게 아니다. 자주 보니까 닮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그런 존재다. 나 역시 '절대로 부모님처럼 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었지만 내 안에 내가 좋아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 싫어했던 모습도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만 하더라.
연애 상대가 미치는 영향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별한 관계가 아닌 사람들에게 받는 영향이 그 정도라면 연애 상대가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크겠나? 일주일에 한두 번 본다 하더라도 그 사람과 만날 때는 내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연애 상대의 영향을 받는다. 개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대부분의 경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의 영향이 훨씬 크다. 이는 두 사람 사이에 거울효과가 나타난단 것이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을 넘어서 두 사람의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사고하는 법과 가치관도 자신도 모르게 닮아간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가 맞는 것 같아지고, 그러다가 어느새 상대에게 설득이 되어서 똑같이 생각하게 되는 패턴이 생긴단 것이다. 이는 특히 한쪽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주관을 강하게 갖고 있는 반면 그 상대는 별 다른 생각이 없을 때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의 생각이 강하게 대립한다면? 그 경우 정도가 아마 두 사람이 닮아가는 지점의 예외가 아닐까?
이처럼 서로 닮아가는 것 외에도 연애 상대는 상대의 연애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연애의 경우 초기 혹은 어렸을 때야 책이나 글, 주위 사람들 말을 듣고 '그런가?'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 생길수록 주위 사람들보다 자신의 경험을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경험은 대부분의 경우 상대의 마음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사실 그 사람이 살면서 해온 경험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경험에만 기반해서 연애와 관련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에서 오히려 멀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고, 연애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거나 연애는 쓸모없는 것이란 결론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내린다. 한 사람이 카카오 90% 짜리 초콜릿만 접해봤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은 초콜릿은 떫고 씁쓸한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의 결론이 맞는 것인가?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초콜릿을 먹어보거나 최소한 다양한 초콜릿의 성분들을 수집해 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초콜릿 하나만 놓고 봐도 그런데 복잡하디 복잡한 인간관계, 그것도 감정이 얽혀있는 연애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만으로 결론을 내리거나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의 말과 경험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그런 경향성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항상 최대한 한 걸음 떨어져서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나 역시도 내 경험, 그리고 주위에서 들은 얘기들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혼이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
연애가 저런데 결혼은 어떻겠나?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신혼에 엄청나게 싸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결혼한 후에 두 사람의 접점이 연애할 때보다 엄청난 수준으로, 그리고 굉장히 빨리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차라리 신혼 때 그렇게 싸우면서 맞춰나간 사람들은 그나마 나을 것이다. 연애할 때처럼 서로 마냥 누르고, 참다가 한 번에 폭발하면...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신혼 초기에는 많이 싸워야 한다고 것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오래 살면 살수록 서로 닮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들은 '닮기는 무슨, 맨날 싸우는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연세가 있으신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똑같으시기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두 분이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모습도 어찌 그리 닮으셨는지... 그걸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살을 맞대고 짧아도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살고 나서 어떻게 전혀 닮지 않을 수가 있겠나?
상대를 선택하는 것의 의미
인간은 절대로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연애, 그리고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누구와 연애와 결혼을 하는지는 단순히 상대 스펙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 중에 이뤄지는 작업이고, 또 누구를 만나서 어떤 연애를 했느냐가 그 이후 그 사람이 연애 상대를 찾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를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