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의 차이일까?
학력, 우리나라만 볼까?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이 문제라고들 많이 한다. 사실 지연, 혈연의 경우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특히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에서는 그 구분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그 두 가지가 우리나라 특유의 '연'에 기반한 문제의 원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학연 역시 마찬가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들도 보통 그 국가에서 '명문대'라고 분류되는 대학 출신 사람들이 취업도 더 잘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도 출신 학교가 1차적인 필터링으로 사용된다. 이는 사람들이 좋은 기업으로 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실리콘벨리의 스타트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미국 기업들에는 아이비리그나 TOP 20 정도 되는 학교 출신 졸업생들이 많고, 유럽에서도 전공에 따라 특정 대학 출신들이 훨씬 많이 좋은 직장에 더 많이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그 진입의 문턱이 조금 더 좁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사실 선발하는 주체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러한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우리나라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극소수의 기업과 그다음으로 선호되는 중소기업 간의 연봉의 차이가 너무 크다. 미국의 경우 그 차이가 우리나라 만큼, 혹은 더 크지만 미국은 대도시가 아니면 집값이 우리나라와 같이 비싸지 않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필품이 훨씬 싸서 우리나라만큼 문제가 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봉 차이는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많이 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학력의 차이=연봉의 차이=삶의 수준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력적인 차원의 문제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고, 부모들은 자녀들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무슨 '능력'을 기준으로?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채용의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보통 면접점수를 수치화시켜서 채용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점수에 의해서 사람을 선발하지 않은 경우, 그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이 사람을 선발하겠다고 한 방법대로 선발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을 내세운 것 자체가 사기행위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사실 최근에 몇몇 공기업들이 면접전형과 무관하게 특정 학교 출신들의 순위를 끌어올려서 합격시킨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우리는 사람을 뽑을 때 무슨 실력을 보고 뽑을 수 있는 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채용 과정은 1차 서류전형, 2차 실무면접, 3차 임원면접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면접방법은 10년 전에 내가 채용될 때부터 다양한 형태로 변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여전히 길어야 15분 정도의 면접을 보는 게 전부다. 여기에서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15분 동안, 한 번 면접을 본 것으로 그 사람의 무슨 능력을 어떻게 판별하겠나?
내가 일했던 회사의 경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실무면접을 1박 2일 동안 본다. 그 과정에서 면접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피 면접자들은 모르겠지만 그들을 인솔하는 주니어들은 피 면접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면접관에게는 잘하지만 1-2년 차로 보이는 직원들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는'사람들을 골라내도록 지침을 줬다. 그 골라내는 경우에는 어떤 말 또는 행동을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하는 지를 적어서 말이다.
이러한 면접 과정은 사실 면접에서는 그 사람의 객관적인 능력보다 그 사람의 태도를 많이 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면접을 봤을 때 주어진 문제에 대해 답한 내용을 돌아보면, 그 대답은 모두 터무니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면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나의 태도 등을 본 게 아니라면 난 그 회사에 합격할 수가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 회사들은 면접 과정에서 '정말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골라내고, 사람의 능력을 본다기보다 그 사람의 분위기가 자신들의 회사에 맞는 지를 걸러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사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엄청난 능력을 갖춘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대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무슨 실력을, 무슨 능력을 보고 신입사원을 뽑는단 말인가?
미국 기업들은 어떨까? 내가 모든 미국 기업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구글에서 6개월 간 인턴 하기 위해 면접을 본 과정, 구글 안에서 내가 면접이 진행되는 것을 본 과정, 그리고 내 동생이 지금 일하는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기까지 면접을 본 과정, 실리콘벨리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바탕해서 보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공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포지션별로 면접을 따로 본다. 그리고 그 면접은 15분, 30분이 아니라 보통 1대 1로 1시간씩을 3-4번 정도 보는 기업이 많다. 피 면접자에 대한 평가는 수치보다 사람들의 평가를 종합해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고, 면접관들은 한 부서가 아니라 해당 포지션과 관련해서 일을 하는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면접을 본다. 그 과정에서는 '기본적인' 능력을 확인하고, 그 외에는 그 사람의 태도와 살아온 과거에 비춰서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것으로 보이는지에 따라 판단이 이뤄진다.
이와 같은 면접 과정을 들여다보면 사실 경력직이 아닌 '신입'의 경우에는 능력주의와 실력주의로 사람을 선발하라는 것이 꼭 맞는 얘기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입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 능력적인 면에서는 사실 그 사람이 해당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 경험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나머지는 결국 그 사람의 성격과 태도가 합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왜 '학력'을 보나?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학력'을 중요한 지표로 볼까? 우선 학력을 전혀 보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가 힘들다. 이는 학력을 필터링 툴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1, 2차 적인 필터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명을 선발하는데 1만 명을 선발한다고 치자. 학력을 아예 배제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필터링을 할 것인가?
자 그렇다면 왜 학력이 그 지표가 되어야 할까? 첫 번째로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학교 별로 교과과정이 많이 달라서 같은 분량의 학점이라고 해도 그 학점을 따기 위해 소요되는 노력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평량평균으로 낸 학점이 그 사람의 '노력의 수준'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학부를 졸업한 대학에서는 사실 18학점만 들어도 다들 허덕일 정도로 과제, 시험이 빡빡하게 많았는데 내 친구는 27학점을 들으면서도 여행을 가고,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더라. 뭔가 이상해서 둘이 앉아서 한 과목에서 해야 하는 과제의 양을 들여다보니 우리 학교 과목들이 과제의 양이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3배 정도가 많더라.
그렇다면 학력이 좋은 사람들이 반드시 더 똑똑하고 일을 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비슷한 학점과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라면 학교별 까지는 아니어도 보통 특정 '군'의 학교들의 출신들이 일을 더 잘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건 그들이 정말 더 우월하고, 잘나고, 똑똑해서 그럴까? 아니다. 사실 내 주위에는 정말 머리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좋지 못한 학교에 가고, 취업도 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부 학교에 정말 탁월하게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똑똑한 만큼 다른 결함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꼭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더라.
너무 궁금해서, 왜 학교'군'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다른 지가 이해가 안 되어서 몇 년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그 차이는 결국 '하기 싫은 일도 버티고 하는 능력'에서 나오더라. 비슷하게 평가받는 학교들을 나온 사람들은 보통 귀찮고, 힘들고, 짜증 나는 일 또는 공부를 하는 능력이 비슷하게 있는 듯하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더라. 출신학교는 이름이 조금 없어도 정말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서 좋은 기업에 취업한 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에서 인정을 덜 받게 되었는데, 그 원인을 보니 그 사람은 처음에는 그 사람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인정을 받아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그 사람이 잘 못하고 싫어하는 일이 주어지자 그 사람은 성과를 내지 못하기 시작하더라.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경향성'이 사람들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입시 과정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모두에게 귀찮고,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걸 조금 더 잘 버텨내는 사람들은 조금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조금 덜 버텨낸 사람들은 덜 좋은 학교에 간다. 문제는 대학에서는 그걸 더 잘 버텨내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또 누가 더 잘 버티는지에 대한 경쟁을 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런 경쟁을 통해서 사람들은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 실력은 엄연히 말하면 '일하는 능력'은 아니다. 더 버팀으로써 길러지는 능력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빨리 생각하고,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는 능력이다. 그래서 그건 측정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과 오래, 깊게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그러한 능력이 파악이 된다.
덜 좋은 학교 출신들 중에서도 정말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당시의 상황이나 개인적인 특징 때문에 입시제도 자체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더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편입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것은 그러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편입제도를 조금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성골과 진골을 나누듯이 신입생으로 들어온 사람과 편입생을 편 가르는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편입생들이 더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런 문화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더 좋은 학교에도 일을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별로의 문화와 교과과정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더 좋다고 평가되는 학교 출신들 중에 그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게나마 사업을 하는 내 지인들을 보면, 사업을 하면 할수록 채용하는 사람들의 학력을 더 많이 보기 시작하더라.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말이다.
학력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학력'만'으로 사람을 뽑아서는 안된다. 사실 같은 학교를 나왔어도 능력은 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덜 좋다고 평가되는 학교군 졸업생이 능력은 더 뛰어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학력이 아예 의미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면접을 보기 전에 빠르게 필터링할 기준이 필요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학력을 보지 마라'는 요구나 학력을 아예 보지 않겠단 것은 너무나 나이브한 생각임은 분명하다. 때로는 수치화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에.
학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필터링 하는 것은 사실 정말 단순화시킨다면 '하기 싫고, 힘들고, 피곤하고, 귀찮은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버티는 힘. 그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이 더 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능력의 차이도 더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