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의 덕목
'리더'는 무엇일까?
'리더'라는 말, 그리고 '리더십'이라는 말. 남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랑' 다음으로 쉽고 가볍게 사용되는 표현인 듯하다. 그리고 리더 뒤에는 꼭 '좋은 리더의 조건'이라는 부제 아닌 부제가 붙는다. 이렇게 하면 좋은 리더고, 저렇게 하면 좋은 리더라는 공식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리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리더란 어떤 존재일까? 리더는 말 그대로 lead 하는,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다. 이는 리더란 조직의 우두머리라거나, 상하구조로 해서 윗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선구자적으로 그 조직을 끌고 나가는 사람임을 의미한다. 그렇게 앞으로 가는 사람은 우선 자신이 리딩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일정 수준 있어야 하고, 자신이 내리는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계속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표현방법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다른 리더의 조건들도 거의 이 범주 안에서 놀고 있는 듯하다.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카리스마, 실행력, 따뜻한 마음과 같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표현들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덕목은 조직과 그 조직이 있는 업계(?)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외에 나머지는 사실 케바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리더였나?
사실 난 항상 내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서 당선됐었고,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 학교인 우리 학교 학생들 중 꽤나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교회의 학생회장을 했으며, 그 이후에도 나는 자잘하게 크고 작은 일들을 끌고 나가는 역할을 맡아왔고, 최소한 욕을 먹지는 않을 정도의 결과는 내왔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좋은 리더였냐고 누가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건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일을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난 항상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사실 내가 맡았던 일만 놓고 생각하면 어떤 이들은 나를 좋은 리더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기준에 봤을 때 나는 '일에 성과를 낸 사람'일 때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단 한 번도 좋은 리더였던 적은 없었다.
좋은 리더란?
그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난 좋은 리더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보다 그 자리를 떠났을 때 그 조직의 성과가 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고 떠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자리에 있을 때 성과를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서 생각하고, 정직하게 잔머리 굴리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은 기본적인 성과는 낸다. 세상일들 중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그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최소한 몇 명, 심할 경우에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거나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 또는 일을 덜하기 위해서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조직은 흥하지는 못해도 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리더가 떠난 후에 뭐가 남겨지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 때 교회 학생회장을 했을 때 우리 교회 고등부 행사들은 어느 때보다 잘 치러졌었다. 그리고 임원들 간의 관계도 꽤나 괜찮았다. 하지만 1년의 임기가 끝난 이후 그 교회 행사들은 흐지부지 되었고, 결국 매년 연말에 하던 행사는 수능이 끝난 후 나와 같이 임원을 했던 사람들이 준비 및 실행을 해야 했다. 내가 있을 때는 성과가 났지만, 내가 떠난 직후 그 조직이 무너져 버렸다면 나는 절대로 좋은 리더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고 반성했다.
그 깨달음 이후로 사실 난 어디에서 무엇을 맡든지 간에 내가 떠난 이후를 항상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떠난 뒤까지 내가 책임을 진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 내가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놔도 남겨진 사람들이 그걸 망가뜨릴 수도 있고, 내 생각에 좋은 시스템이었던 체계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망가지는 경우들도 있더라.
성과는 나중에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사람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잘하면 되고 그 후에 일어나는 일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는 조직이 크면 클수록 한 리더가 만든 것의 결과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짧아도 수개월, 길면 수년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 임기를 4년 1회 연임 가능하게 해서 최장 8년까지 보장해주자는 주장도 그런 현실을 전제로 한 것이다.
리더는 언젠가는 그 조직을 떠난다. 자신이 조금 더 큰 조직으로 떠날 수도 있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사람에 밀려서 떠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언제가 되었든지 간에 리더는 그 자리를 떠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리더는 항상 자신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맡고 있는, 책임지고 있는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고민하고 일하는 것이 그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은 결국 그런 모습에 분노하고 반대하는 사람에 밀려서 언젠가는 그 조직을 떠나게 되어있다. 타고난 극소수의 금수저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생각들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했는데, 지금 파트로 일하고 있는 곳을 잘 떠나야 한단 생각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내가 떠난 이후에 공백이 있을게 뻔하고, 내 대체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주니어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이 많아진다. 어떻게 소통을 하면 이 친구들이 내 의사를 잘 받아들이고 그 조언을 업그레이드시켜서 본인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좋은 대통령?
그리고 사실 이제 집권한 지 만으로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초기와 많이 변한 현직 대통령을 보면서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난 직전의 대통령은 이름 뒤에 '대통령'을 붙인 적이 없을 정도로, 지인들과 만나면 'not my president'라고 할 정도로 그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현직 대통령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난 지금까지 투표한 대통령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당선된 사람들에게 표를 던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들 모두 어떻게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데만 혈안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어떻게 국가라는 거대 조직 안에서 5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나?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하에서 현직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다음 대통령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 또 사실 새 대통령 임기 초기의 부작용들은 엄격하게 말하면 그 전 대통령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난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부동산 상황 등에 대해서 지금 정부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은 사실 이전 정부가 벌려놓은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기 때문에. 하지만 과연 현 정부는 다음 정부의 먹거리를,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떻게든 남은 3년여의 기간 동안에 뭔가 결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자의 모습이 점점 많이 보이는 듯한 것이 현실이다. 초기처럼 언론과 대화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 정부들이 잘 해오면서 쌓고 있던 부분도 뽑아내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당장 '이때 이런 걸 했다'는 것을 남길만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좋은 리더의 덕목을 하나 꼽으라면 난 그건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떠난 이후에 나는 빛을 보지 못해도 내가 리더로 있던 조직은 빛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 나의 유익보다 내가 리딩 하는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나는, 당신은, 우리나라 회사의 CEO들은, 대통령은 좋은 리더인가? 그건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