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더 꾸준히

부끄러움을 이겨내기로 다짐했다.

by 레메디오스

바로 사흘 전부터였다. 유독 한 게시물의 조회수가 폭발했다. 해당 게시물의 누적 조회수는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 2만 1천 건을 훌쩍 넘어가는 중이다.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2주일이 지났다. 길거리 한 구석에서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하는 무명 가수처럼, 누군가는 들어주기를 바라며 넋두리를 잔뜩 늘어놓는 중이다. 활발히 활동하는 인기 작가들의 글을 보고 나면 나의 글이 너무도 초라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단기 목표를 하나 정했다. 올해 딱 100편만 쓰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편만. 욕심은 많되 금방 지치는 내게, 이 100이라는 숫자는 아직 까마득하다. 써놓고 보면 별 거 아닌 내용의 글인데도, 쓰는 중에는 머릿속의 이상과 손끝이 풀어내는 현실의 충돌에 어지럽다. 부끄러운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극한의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면서도, 읽지 않았으면 한다.


새벽녘에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하니, 조회수 1,000건을 돌파했다는 알람이 보였다. 글 한 개 당 하루 조회수는 기껏해야 30~40건 내외였거늘,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조휘수 통계를 살펴보니, 유독 한 글의 조회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키워드 검색에라도 노출된 걸까,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가기라도 했나 생각하다가 뒷목이 서늘해졌다. 어디선가 내 글이 비난 받는 건 아닐까,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 탓이다.


언젠가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익힌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본 일은 왕왕 있었다. 상상의 결말은 대개 행복했다. 상상 속 나는 내 글에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끝내 1만을 돌파하며 끊임없이 조회수가 오를수록 부끄러움은 커졌다. 아직 내 글이 독자들에게 가치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시간 낭비’라고 느끼지 않기만을 바라며, 어서 빨리 조회수 증가 추세가 꺾이게 해 달라 기원했다.


한편으로는 글이 노출될 기회란, 이처럼 예기치 못함을 알았다. 글이 발굴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글들에 휩쓸리더라도, 예측불허의 순간은 찾아오는 것이다.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었을 이 노출의 순간, 내가 그저 숨고 싶었던 것은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나는 계속 부끄러운 글이나마 써 나갈 수밖에 없으니 그 또한 민망할 따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토해내는 문장들이 부족할 것임을 안다. 글로 만족감을 얻는 일은 사는 동안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계속 써 나가기로 한다. 이는 자기 위로와 자기 만족이라는 이기심의 발로다. 그리고 감히 소망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되 내가 일방적으로 써 내는 이 글들이나마, 우연히 만날 어느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가치 있기를.


그리하여 한 번 더, 나는 조금 더 힘을 내어 보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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