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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필 Jul 08. 2021

13. 자립주거지원 일기 (13/15)

드디어 자립주거 마지막 주!


이번주 토요일이면 참여자 두 분 모두 원 가정으로 돌아가신다. 마지막날인 금요일에는 무사히 자립주거생활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야외 활동을 같이 하기로 했다.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여쭈었고 함께 한강으로 가서 텐트도 치고 편의점 음식 이것저것 골라와서 같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나로서는 느긋하기엔 너무나 바쁜 한 주이지만.. 그래도 두 분과의 시간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내게도 기쁜 일이 될 것 같다. 


B님은 이번 체험이 자립을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하신다. 아마 이 반응이 이번 활동에서 가장 큰 소득이지 않을까 싶은데 참여 직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포기하실까 생각도 하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주택청약도 넣으신다고 하고 원하신다면 내가 정보도 더 드리기로 했다. 아마 돌아가셔서 익숙해지시면 또 나오시기 어려우실 수 있다고. 이런 느낌을 간직 할 때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오늘 A님과 버섯된장찌개와 스팸김치볶음을 했다. 확실히 아직 내가 끌어가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칼질도, 주방일의 센스도 좀 느셨다고 할까?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아시게 된 느낌이다.


한계를 예단하지 않고 적절한 지원이 있으면 사람은 반드시 성장한다. 여기서 그것이 다른 사람의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오늘도 눈 앞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먹방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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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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