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외식
B님이 내가 도착하자마자 같이 나가서 음식을 사오자고 하셨다.
먼저 불고기를 사자고 하셔서 몇 군데 정육점을 돌며 예산에 맞는 고기를 구입하시도록 했다. 그리고 피자를 사셔서 둘 중 하나만 드셔도 되지 않아요? 했는데 괜찮다고 얘기해서 기다려서 픽업해서 올라왔다. B님은 뭔가 끊임없이 말을 거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주제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참 다양하다. 무엇보다 말씀하시는 톤이 뭐랄까,, 동네 나이드신 분들이 정자에서 구수한 톤으로 서로 소식을 나누는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그런거 있지 않은가, 지금 이야기하시는 저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적당히 감안하고 듣는 그런?
올라오면서 오늘도 A님이 기다리지 못하시고 먼저 저녁을 먹었을까 얘기를 나누었는데 올라와보니 오늘은 같이 먹을거라며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은 요리도 준비하고 밥이 모자라 더 해야해서 두 분 모두 부엌에 들어와서 일했다. 이제 양파 채써시는 것도 밥을 하시는 것도 별 말 없어도 잘 하셔서 뿌듯하다.
돌아와서 양파를 조금 썰어서 넣은 다음 불고기를 볶아서 두 분이 드셨는데 B와 너무 맛있다. 최고다. 감탄을 하시면서 드셨다. “재필님과 진작에 같이 나가서 음식을 사올걸 그랬어요" 라고. 밥을 드시고 사온 피자까지 맛있게 다 드셨다. 남은 불고기는 새벽에 일어나서 더 먹고 주무시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니 “어우 괜찮으시겠어요?” 하고 말았다.
어제 A님이 아프셔서 출근을 못 하셨다는데 건강해보이셔서 다행이었다.
이제 다음번 만나는 금요일이면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날이다. 오전에는 비가 온다는 데 오후에라도 그쳐서 잘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B님은 “우산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시지만,,
---
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