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오늘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깜짝 놀랐다. A님이 밥에 3분 카레를 붓고 계셨기 때문이다. 요리 당번인 B님은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고 보통 잘 기다리시는 A님인데..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셨는지 A님은 괜히 움찔하시며 “먹어도 돼죠” 라고 말씀하신다. 그..그럼요. 얘기를 들어보니 점심을 거의 못 드셨다고 한다. 계란을 약간 반숙으로 삶는 방법을 알려 드렸고 B님과 같이 드시라고 두 개를 삶았는데 다 드셨다.
오늘은 A님이 그렇게 해보고 싶어하셨던 콩나물국과 B님이 해보고 싶었던 스팸 부침을 하기로 했다. 스팸을 가에 칼집을 내서 통통통 빼내고 먹을 만큼 자른다. (조금 잘게 자르셨는데 입에 들어가면 똑같다고 말씀드렸다) 계란물을 풀고 부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치 콩나물국을 끓이는데 B님은 지난번 삼촌이 된장국에 물이 많다고 혼내신게 못내 마음에 남았는지 또 물 많다고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셨다. 내가 먹어봐서 별 문제 없고 맛있으면 남이 뭐라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아까 먹었으니깐 안먹겠다고 하시던 A님도 콩나물국을 보시곤 한 그릇 가득 퍼서 다시 식사를 시작하셨다. 텔레비젼에서는 맛있는녀석들이 나오고 이럴 줄 알고 저녁을 먹고 온 나도 다시 배가 고파진다.
오늘 좋았던 건 B님이 누구의 부탁도 없이, 설거지 당번이 아닌데도 탁자를 닦으신 점이었다. 그렇게 하시니까 좋다고 말씀드리자 으쓱하며 더러운 건 싫어서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갬동. 이전에는 안그러셨다구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격일로 나오고 있다. 두 분 혼자 계실 때도 잘 지내고 계시는 것 같아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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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