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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필 Jul 08. 2021

러닝 일기 (2021.7.4.)

컴백 러닝



필링에 동료들이 들어오고 약 2주간 마음이 바쁘다는 이유로 밤 러닝을 미뤘다. 


오늘 라면에 국수에 탄수화물을 잔뜩 흡수한 죄책감으로 밤 늦게 오랜만에 사놓고 한 번도 런닝하지 않은 런닝화를 신고 나섰다.


나이키 런닝 어플을 켜보니 지난 런닝에 켜놓고 끄지 않아 수백시간을 어플이 혼자 달리고 있었다. 한심한 마음에 서둘러 끄고 처음으로 오디오 러닝 가이드(런닝 멘토들이 여러 버전에 맞춰서 런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 녹음을 한 것)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돌려보다가 눈에 띈 것이 <컴백 런 comeback run >.

돌아왔다는 말도 좋고, 15분 정도의 시간도 적당해서 선택해 러닝을 시작했다. 


오디오 가이드는 사투리가 정겨운 멘토가 러닝 내내 컴백을 축하하며 러닝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말들로 채워졌고,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나이키 정신에 맞는 멘트로 맞춘 흔적도 약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축하와, 몇 미터를 달려도 상관없지만 자신이 무리하고 느껴진다고 여겨질 때는 완전히 멈춰서 수분을 보충하라, 어제와 달리 오늘은 달리는 사람이라는 것, 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한 발 내딛는 사람이라는 등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가 좋았다. 


뛰면서 올 해가 어쩌면 나에게 comeback run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알고 지내던 단체의 대표가 내게 대표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말을 듣고 황당해 하던 날. 그 날 이후 어쩌다보니 7여년 그 단체를 맡아 운영했다. 함께 했던 창작자들과 그들의 작업물도, 동료들도,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준 축복받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너무도 무겁고 노력할 수록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들이 버거웠다. 


그렇게 러닝을 멈추고 다른 일도 해보고 취업을 하기도 했다. 아예 다른 길로 가고자 생전 처음으로 취업 사진도 번듯하게 찍었다. 그리고 올 해 필링이라는, 이 전에는 없었던 무엇인가를 만들어가고 있고 기존에 멈췄던 활동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이들과 힘을 보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러닝을 시작한 comeback run의 한 해가 아닐까 싶다.


comeback run이므로, 지금까지 멈췄던 시간을 아쉬워할 필요도 지난 시간을 따라잡겠다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내가 달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 몸이 느끼고, 그것을 좋아할 수 있게 그리고 끝까지 달려 스스로와 함께 뛰는 동료들과 작은 성취를 축하할 수 있게 끝까지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한 텀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다시 정신 차리고 한 주 출발점에 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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