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주거지원 멘토로서의 고민
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두 분의 먹방을 라이브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매한 시간대에 지원업무가 시작되다보니 항상 공복인 상태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오늘은 준수님이 월급날이라고 치킨을 사오셨는데 TV에서는 간장게장 먹방이 나오고 있어서 나중엔 거의 해탈의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힘들다기보다 주거지원 활동하면서의 고민은 어떤 순간에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할 지 판단하는 것이다. 원칙은 실수하더라도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지켜보는 것인데 가끔씩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잔소리(?)를 눌러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인데 B님이 친구와의 장시간 통화로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A님은 배가 무척 고팠다. 하지만 A님은 한 편으로는 배려심이 많으시고, 다른 한 편 자기 주장과 표현을 해보신 경험이 많지 않으셔서 어떻게 해야할지 내 눈치를 종종 보신다. 이런 순간에 내가 B님에게 직접 얘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하고 싶었다) 가급적 A님이 룸메로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해서 어떠신지 여쭈었다.
“A님 배고프시죠?”
“네”
“기다리고 싶으세요, 아니면 B님에게 얘기하고 싶으세요?”
“얘기할까요?”
“음 그렇게 하고 싶으신 거라면 말씀을 직접 해주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A님은 B님에게 가서 얘기를 하시고 그래도 오시지 않아서 먼저 드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곧 B님이 나오셔서 두 분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자기결정이 되려면 그 사람을 지원하는 사람은 잔소리꾼이나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되는 거 같다. 그보다는 어떤 순간에서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있을 때 뭔가 망설이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이 순간이 당신이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표현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한 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셔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경험들이 필요하신 것일까? 나머지 시간 동안 지금의 고민이 좀 더 진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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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