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네"
자립주거지원도 2주차로 접어들었다. 날이 어둑한 만큼 마음도 어두운 하루였지만 그래도 두 분을 다시 보니 좋았다. 오늘 저녁은 A님은 평소 하고 싶어하셨던 계란말이에 도전했다. 높은 난이도에 당황하신 것 같아서 먼저 식사 하시도록 하고 같이 먹을 김치찌개는 내가 후루룩 해서 드렸다.
이번주 목요일이 B님의 생일이라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았고 B님은 과일카드를 내는 보드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할리갈리인 듯) A님은 "잘 모르겠는데..."라고 얘기하신다. B님은 자신이 특수학교에 있을 때 재밌게 한 게임이라고 해보면 재밌을 거라고 열심히 설명하셨다. A님은 너무도 성실하고 선하시지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시는 것에 항상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 하다. 아니면 A님의 느린 속도를 내가 앞질러 너무 많은 것을 물어보고 앞질러 이야기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A님이 자주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시는게 걸리는 데 나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네. 그냥 그도 나도 망설임이 많은 사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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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