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거야"
오늘은 내일 B님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는 날이었다. A님이 평소 만들고 싶어하셨던 제육볶음과 생일 축하용 미역국을 만드는 것을 도와드렸다. 제육볶음 양념장을 만들고 고기에 마늘을 재우고 야채를 썰기까지 A님은 느리지만 성실하게 하나하나 잘 해내셨다! 완성된 음식을 두고 "처음으로 제육볶음을 하셨네요! 제육볶음 쉽지 않은데 잘 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활짝 미소를 지으셨는데 자주 그런 얼굴로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 사진을 찍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응~내가 한거야 제육볶음" 하시는데 나는 저 내가 한거야, 라는 말이 참 듣기 좋은 것 같다.
B님의 생일 축하도 함께 했다. 내일은 조금 일찍 만나서 같이 돼지갈비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려고 한다. 두 분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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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