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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필 Jul 08. 2021

7. 자립주거지원 일기 (7/15)

"내가 한 거야"


자신이 만든 요리를 찍는 A님


오늘은 내일 B님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는 날이었다. A님이 평소 만들고 싶어하셨던 제육볶음과 생일 축하용 미역국을 만드는 것을 도와드렸다. 제육볶음 양념장을 만들고 고기에 마늘을 재우고 야채를 썰기까지 A님은 느리지만 성실하게 하나하나 잘 해내셨다! 완성된 음식을 두고 "처음으로 제육볶음을 하셨네요! 제육볶음 쉽지 않은데 잘 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활짝 미소를 지으셨는데 자주 그런 얼굴로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 사진을 찍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응~내가 한거야 제육볶음" 하시는데 나는 저 내가 한거야, 라는 말이 참 듣기 좋은 것 같다. 


B님의 생일 축하도 함께 했다. 내일은 조금 일찍 만나서 같이 돼지갈비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려고 한다. 두 분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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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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