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시내에 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획 의도
'할류'라는 말이 있습니다. 육아에 동참하는 데에 진심인 '할빠(할아버지 아빠)'와 '할마(할머니 엄마)'를 엮어서 지칭하는 말입니다. 맞벌이 가구의 반이상이 아이들의 조부모이신 이 할류에게 '황혼육아'를 기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에 근거해서 할머니와 아기들의 애착형성에 대한 동화를 썼습니다. 노령화가 되면서 아기들이 치매라는 단어를 보다 일찍 그리고 건강하게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화에 투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조부모님들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글을 적었습니다. 별똥별이 죽음이 아니라 이 동화에서 희망으로 명시했듯이 동화가 육아를 하는 모든 분들과 생각하는 어른에게 별똥별 같이 반짝이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보냅니다.
'하느님. 제발 사랑하는 할머니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소녀는 매일 기도를 드렸어요.
다름 아닌 할머님이 꼭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도였어요.
어느 날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께서 갑자기 사라지셨기 때문이었어요.
할머니는 소녀에게 책이자 놀이 그리고 때때로는 따뜻한 밥이었어요.
할머님은 소녀에게 자주 옛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함께 시내에 산책을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겨울이 되고 소녀의 생일에 잊지 않고 해 주시던 따뜻한 백숙은 소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자 소녀에게는 겨울을 나는 힘이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할머님이 혼자 시내에 나가셨다가 돌아오지 못하신 거예요.
소녀가 사랑하는 할머니는 집을 또 찾지 못하셨는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것이었어요.
소녀의 가족은 수공예를 하는 집이었어요.
손재주가 좋아 모든 가족이 실을 땋아 예쁜 생활용품들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소녀는 집에서 가만히 수공예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차라리 시내의 중심으로 나가서 물건을 팔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시내를 나가시다 실종이 되었으니 시내에 가면 왠지 할머니가 계실 것 같았거든요.
시내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면 할머니를 만나거나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가 밖에서 할머니를 찾으며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어요.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에게 자전거를 선물했어요.
시내의 중심까지 가려면 거리가 멀어서 자전거로만 갈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오빠가 타던 자전거라 소녀에게는 조금 크긴 했지만 소녀는 자전거 덕분에 혼자서 시내로 나갈 수가 있었어요.
할머니와 산책하러 나왔던 시내의 입구와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내의 중심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어요.
소녀는 한 번씩 시내로 나오다가 쌩쌩 지나다니는 큰 차들과 시끄럽게 울려대는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놀라 넘어져서 손바닥과 무릎에 피가 나고 신발이 차에 밟혀 망가질 때가 있었어요.
오늘도 시내의 중심으로 나오다가 클랙슨에 놀라 넘어져서 다치고 신발이 또 망가졌어요.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를 타고 시내의 중심에 나와 가족들이 만든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었어요.
겨울의 시내는 매우 추웠어요.
내일이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의 이브날인 오늘부터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시내에는 지나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가족들을 떠올렸어요.
가지고 나온 생활용품들을 다 팔아야 자신의 생일인 내일, 가족들이 식사를 든든하고 행복하게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
혹여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고민도 당연히 집으로 빨리 돌아가지 못하는 큰 이유였지요.
하지만 12월 24일의 날씨는 너무 쌀쌀했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날씨가 더 추워졌어요.
그때 엄마, 아빠에의 말씀이 생각이 났어요. 날이 춥고 내일은 소녀의 생일이니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들어오라는 말씀이었지요.
소녀, 길을 잃다
소녀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거 같아 미처 다 팔지 못한 짐꾸러미를 정리해서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어두운 밤이라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 저 멀리 가로등이 보였어요.
소녀는 가로등 아래로 향했어요.
무릎을 보니 그동안 다쳤던 상처 자국들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자동차에 자주 밟혀 다 망가져버린 신발을 보니 소녀는 서글퍼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소녀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하늘에서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달이 찌그러져 떠 있었어요.
그때, 마침 하늘에서 마침 별똥별이 떨어졌어요.
예전에 해 주셨던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별이 질 때 간절히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단다.'
소녀는 별똥별에 간절한 기도를 담았어요
"사랑하는 할머니 정말 보고 싶어요."
소녀는 매일 같이 하던 기도를 별똥별에 담았어요.
'할머님이 집으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 할머님 말씀 잘 듣고 할머니께 잘할 테니 제 생일 선물로 할머니가 꼭 돌아오게 해 주세요. '
그때였어요.
소녀의 부모님이 소녀를 찾으러 왔어요.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안심의 눈물을 흘렸어요.
"많이 춥지? 이 밤에 혼자서 많이 무서웠지? 괜찮아, 괜찮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어서 집으로 가자구나."
소녀의 부모님을 만나고서야 소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소녀는 너무나 피곤하고 몸이 아팠어요. 소녀는 부모님의 따뜻한 간호를 받으며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서 다시 별똥별을 만났어요.
스르륵 잠이든 소녀는 꿈을 꾸었어요.
꿈에서도 오늘 보았던 별똥별을 만났어요.
꿈에서도 할머니를 위해 또 기도를 했어요.
"할머니가 제발 다시 돌아오게 해 주세요. 할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요."
다음 날 날이 밝았어요.
그날은 소녀의 생일이자 하느님이 생일인 크리스마스였지요.
소녀는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았어요.
"하느님. 사랑하는 할머니께서 어서 집으로 오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기도를 마친 소녀는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고 눈을 비볐어요.
그때였어요.
할머님께서 멀리 집으로 오고 계시는 것이 보였어요.
할머니가 정신이 돌아오셨나 봐요. 할머니께서 집을 향해 걸어오고 계셨어요.
다시 눈을 비벼보고 볼을 꼬집어 봐도 꿈이 아니었어요.
소녀는 한걸음에 할머니의 품으로 달려갔어요.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녀를 꼭 안아 주셨어요.
할머니와 손녀는 반가움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12월 25일. 그렇게 소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할머니는 소녀의 생일에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소녀가 좋아하는 할머니의 백숙도 가족의 식탁에 올랐어요.
소녀의 진심이 어리고 정성스러운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셨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할머님께서 말씀하신 별똥별이 기도를 들어준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소녀와 소녀의 가족, 할머니는 따뜻한 한 그릇의 백숙처럼 어우러져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