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막내
사람 머리카락 같은 검은 머리통, 매끈한 털, 집사들의 마음을 잘 알고 흔드는 눈빛의 집합체. 우리 집의 실세, 애교쟁이 막내 요뜨다!
요뜨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싸 고양이다. 고양이들을 잠깐씩 본 거래처 손님들이나 내 친구들에게 최애 고양이를 물으면 십중팔구 요뜨를 고른다. 고양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나보다 많은 회사 직원분들과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필명25는 편애하지 않는다. 다 똑같이 사랑한다.)
“엄마는 왜 요뜨만 예뻐해?”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똑같은 것이여. 예쁜 짓 하는 놈이 뭐 하나라도 더 얻지.”
어른들의 확실한 편애다. 이해는 간다. 아마 고양이를 키우려는 사람들은 우리 요뜨처럼 애교 많은 개냥이를 생각하고 시작하니까.
병원에 가도 우리 요뜨는 순둥이 소리를 듣는다. 고객 관리용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보통 고양이들은 병원 오면 울고 난리나는데, 얘는 엄청 순하네요. ‘야옹’ 한 번 안 하고.”
한 배에서 태어난 초바와는 정반대의 성격. 초바가 까칠함 베이스에 가끔 애교를 부린다면, 요뜨는 애교 베이스에 가끔 까칠하다. 까칠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에서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안 해도 될 일까지 더 많이 떠맡게 되듯이, 집사들이 요뜨가 순하니까 보통 고양이들이 꺼리는 스킨십을 더 많이 시도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출퇴근 인사를 할 때마다 요뜨를 한참 끌어안고, 코를 부비고, 볼을 부비고, 뽀뽀까지 한다.
“요뜨, 아저씨 다녀올게. 아우, 예뻐라.”
그러면 요뜨는 발바닥 젤리를 힘껏 펼치고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려 한다.
“어? 요뜨, 이거 뭐지? 움뫔마마맘. 배도 함 보자. 요뜨, 이거 어쩔 거야. 응? 배가 축 늘어져서 움뫄마마맘. 귀염둥이.”
주말만 되면 요뜨의 근무 난이도는 극상이 된다. 요뜨의 임무는 집사들에게 귀여움을 주는 것. 아빠 집사는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요뜨를 번쩍번쩍 들고 한참 안고 있는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아빠만 보면 끌어안을까 봐 도망가기 바쁘다.
필명25도 부끄럽지만… 요뜨에게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시도하는 건 마찬가지. 고양이와 정면으로 뽀뽀하면 축축한 콧물이 묻기 때문에, 측면에서 접근하는 편이다. 고양이가 옆으로 누워 있을 때, 뒤통수~등에 한 팔을 붙이고, 양손으로 얼굴을 받친다.
“우리 요뜨 뽀뽀!”
(뒷발을 필명25의 목에 갖다 대고 쭉 민다)
“으윽, 요뜨. 귀찮아? 다시. 요뜨 누나 뽀뽀!”
(앞발로 필명25의 정수리를 퍽 누른다)
“아아아아악! 발톱. 발톱. 요뜨, 누나가 잘못했어요. 어우, 세상에. 까칠해졌어요.”
이게 일상이다. 요뜨도 너무 지친 나머지 흑화해버렸다.
아, 참고로 족보 정리를 하자면. 엄마냥인 신입이한테 필명25가 언니인데, 아들냥인 초바와 요뜨한테 어떻게 필명25가 누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와 항렬을 따지자니 내가 이모, 엄마와 아빠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냥 냥족보를 사용하고 있다.
요뜨는 일찍 중성화수술을 한 탓인지, 언뜻 보면 수컷 같지 않다. 초바와 같은 날에 수술받았는데, 초바와 비교해봐도 뽕주댕이 돌출 없이 동글동글 갸름한 얼굴형.
파란 이불 위 사진처럼 이사 후 스트레스 때문에 그루밍 중독이었다. 병원에서 상담해 봤는데, 스테로이드 약물을 써야 한대서 보류했다. 지금은 새로운 겨울털로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다.
백만 중에 하나 태어날 법한 우리 요뜨! 집사들이랑 앞으로도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