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은밀한 취미
우리 집에서는 밥상을 닦을 때 손소독제를 묻힌다. 깨끗하게 상을 준비하고, 위에 올릴 그릇을 가지러 간 사이 우리 초바는 집사가 일을 두 번 하게 만든다.
‘핥짝, 핥짝, 핥짝.’
누가 K-고양이 코숏 아니라 할까 봐, K-방역에 충실한 우리 초바…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밥상에 올라타서 손소독제를 핥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츄르를 바른 줄 알겠지만, 츄르 아니고 손소독제 맞다.
그래서 며칠 전 신입이의 진료를 보면서 우리 고양이들을 어릴 때부터 보신 원장님께 여쭤봤다.
“원장님, 초바가 물청소하면서 바른 손소독제를 핥는데, 이거 고양이가 먹어도 괜찮아요?”
“네? 우리, 그, 사람 쓰는 손소독제요?”
“네.”
“아이고, 그게… 알코올인데 살짝 핥는 거는 당장 이상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력손상이 와요. 그래서 먹어도 되는 게 아니고, 먹으면 큰일 나는 거죠. 보통 구토를 할 건데?”
“안 그래도 어제 사료 섞인 초록색 토를 하더라고요. 그거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고양이들은 이상한 거 먹었을 때 말고도 토를 종종 하니까. 정확한 원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죠. 허허, 근데 그걸 왜 먹지?”
“그러게요. 다른 애들은 안 그렇던데 걔만 특히 그렇네요.”
최근에는 아일랜드 식탁 위에도 올라가서 집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볼 때마다 내려오라 교육하지만,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나름 시작한 대책은 손소독제로 닦고, 휴지로 한 번 더 닦기… 원래는 기화될 때까지 놔뒀지만, 고양이랑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일거리가 늘어난다.
초바! 앞으로는 이상한 거 먹지 말고, 집사들 말 잘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