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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Jan 19. 2023

삼수붕어의 일탈 : 열고 싶은 판도라

아바타: 물의 길(서면 CGV 아이맥스, 코엑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뽀로로와 동갑인 필명25는 아바타1이 나왔을 때 만 6살이었다. 아바타가 뭔지 모르던 그때는 짱구는 못말려를 즐겨 봤다. 당시 오프닝곡이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 우리의 짱구는 정말 못말려~ 짱구야!’였다. 요즘 아가들은 신인 아이돌 뽀로로가 옷도 못 입었고, 짱구가 지지직 거리는 TV에 나오던 시절을 모르겠지?


 크고 나서도 아바타2의 개봉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 아바타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아바타2 개봉 후기와 아바타1 요약본을 봐버렸다.


 와… 이게 내가 보던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시대에 나올 수 있었다고? 이질감 없는 그래픽에 나비족이 실존하지 않을까 망상하게 된다.


 원래 외출 잘 안 하는데, 연말 중 하루를 골라 아바타2를 서면CGV 상영관별로 보려고 계획했다.



 첫 관람은 아이맥스. 이날 아이맥스 상영관 자체를 처음 가봤다. 입장하자마자 넓은 스크린과 수많은 좌석의 행렬을 보고 설렜다.



 삼수붕어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가스터디 현우진 선생님 광고… 상영 전 아이맥스 광고와 카운트다운이 나올 때, 숫자가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 네이티리가 화살을 조준할 때 진짜 본인을 향해 쏘는 것 같아서 몸을 옆으로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이 정도로 구현할 수 있음에 깜짝 놀랐는데, 몇 분만 지나면 눈이 3D에 적응해서 바닷속 장면 빼고는 잘 못 느낀다.



 매점에서 티켓 바코드를 찍고 아이맥스 포스터도 받았다. 실물로 보면 퀄리티가 대단하다.



 여긴 일반 3D 상영관. 보고 있으니 슬슬 잠이 와서 그냥 집으로 왔다. 인간은 간사해서 다운그레이드에 적응할 수 없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아직 코돌비(코엑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1월 7~9일 서울에 간 주된 이유가 바로 아바타2를 국내 최상급 상영관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영화관 가는 길에 슬램덩크 개봉 기념 전시가 예쁘게 되어 있었다. 국내 최고 상영관 중 하나인 게 실감 났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마다 “와… 와…”하게 된다.



 새벽에 KTX를 타느라 밥을 못 먹어서 핫도그를 샀다.



 특별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나쁜 건 절대 아닌 맛.



 아이패드 하면서 팝콘을 먹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와서 건너편에 앉았다.


 “엄마, 저 누나는 이걸로 뭐 보고 있을까?”


 “응~ 알았어. 팝콘 안 먹을 거지? 가방에 넣는다.”


 “응. 근데 누나는 뭐 봐?”


 필명25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용기 내서 패드를 끄고 먼저 인사해 봤다.


 “안녕~”


 “안녕!”


 “이름이 뭐야?”


 “ㅇㅇㅇ.”


 “ㅇㅇ는 몇 살이야?”


 “8살.”


 “지금은 어린이집 다녀?”


 “으으응~ 초등학교.”


 “아, 그러면 올해 9살 되는 거야?”


 (끄덕끄덕)


 “누나는 기차 타고 부산에서 왔어. ㅇㅇ는 여기 살아?”


 (도리도리)


 아이 어머니가 짐 정리를 하며 말씀하셨다.


 “하하, 무슨 소리야. 너 여기 살잖아. 하긴 아직 부산이 어딘지 모르니까… 부산 많이 멀지.”


 “누나는 아바타 보러 왔는데, ㅇㅇ는 영화 뭐 볼 거야?”


 “영화 안 볼 건데?”


 “응? 이미 봤어?”


 “응. 엄마 까투리.”


 “재밌었겠다.”


 (끄덕끄덕)


 “ㅇㅇ는 동생이나 위에 형 누나 없어?”


 “형 있어.”


 “ㅇㅇ야, 누나 영화 편히 보시게 아는 척 그만해.”


 “하하, 전 괜찮아요.”


 “누나, 근데 아까 이걸로 뭐 봤어?”


 “어? 이거 전원 꺼서…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우웅… 궁금한데.”


 “ㅇㅇ야, 이제 집에 가자.”


 “ㅇㅇ, 잘 가.”


 “안녕~”


 생각해 보니 그 귀여운 아이 나랑 띠동갑이었다. 하… 나이 먹은 삼수붕어.


 다시 찾아온 기다림.



 돌비시네마 입장 소식을 듣자마자 처음으로 입장했다. 입구부터 통로까지 파란 불빛이 이어져서 몰입감이 대단하다.



 빨리 지나가서 비켜줘야 된다는 부담 때문에 사진이 흔들렸지만…





 자리는 명당까지는 아닌 맨 뒤 사이드. 여기서 스크린을 내려다볼 때 막힌 부분이 없는 쾌감이 있다.


 돌비시네마도 아이맥스처럼 광고 영상이 나온다. 공 하나를 기준으로 빛이 파바박 튀면서 돌비시네마만의 사운드를 체감시켜 주고, 진짜 블랙이 어떤 느낌인지 구현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쿠키 영상 속 ‘툴쿤’과 ‘일루’.


 결론은 코돌비 압승. 코돌비가 화면이 압도적으로 밝은 느낌이었다. 나비족 수영 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하나하나 다 선명하게 보였다. 지방에서 아이맥스를 볼 때는 그 자체로 신세계였지만, 코돌비를 본 순간 스크린으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는지 알아버렸다.


 영화표에 “LASER”라는 사양 표시가 있는데, 레이저 영사기 유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코돌비는 용산아이파크몰CGV의 아이맥스와 비교하는 게 맞으나, 7~9일의 예매가 이미 아바타 관람을 계획하기 전부터 A~B열 빼고 거의 매진이었다. 아이맥스를 너무 앞에서 보면 스크린 높이 때문에 목이 뻐근하다는 후기가 있어 포기했다. 조금만 더 빨리 예매를 생각했으면 봤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아직까지 있다.


 지방광역시부터라도 빨리 특수상영관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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