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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Oct 28. 2022

Z세대는 TV 편성표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여가뿐만 아니라 의무마저 원할 때 할 수 있는 세대

 가족들이랑 일이 있어서 주말에 외출했다가도 좋아하는 아이돌의 컴백 무대를 본방으로 보려 집까지 뛰어간 경험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본방이 끝나면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바로 클립을 올려주니까 저도 옛날 얘기가 하나 생긴 기분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음악방송 클립을 누르면 '해당 국가에서 재생할 수 없는 영상입니다'라고 떴는데, 이제 제한이 없는 것에도 익숙해졌죠. TV 채널 번호도 까먹은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직도 퇴근 후에 TV 위주로 보시더라고요. 계속 볼거리가 없다고 채널을 넘기시니 제가 가끔 부모님이 뭘 보시는지 채널 번호를 확인하니 200번대, 300번대까지 보실 때도 있었어요. 부모님도 폰으로 유튜브를 자주 보시죠. 그런데도 집에서는 유튜브보다 TV를 선호하셔서 '이것이 세대차이인가?' 의아했습니다.


 저는 밥 먹을 때 TV를 켜도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들어가서 제가 원하는 영상을 선택해서 보고, 본방은 잘 안 봅니다. 저한테는 TV의 의미가 그냥 화면이 엄청 큰 스마트폰 정도라고 볼 수 있겠죠. 다같이 식사할 때 관심사가 제각각이라 결국은 유일하게 취향이 같은 여행 유튜브를 봅니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패키지 여행만 다녀와서 그때마다 선택지에 제한이 많았죠. 빠니보틀, 곽튜브, 여행가 제이 등 자유여행이라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분들이 계셔서 저도 부모님도 '언젠가는 저렇게 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싶다. 음, 이건 내가 직접하기는 무리인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대화합니다.


 이렇게 TV를 볼 때마저 세대 차이가 나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요. 지금 세대는 공부할 때마저 인강 프리패스로 원하는 강의를 자신이 원하는 때에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가 시간에 보는 방송 프로그램도 편성표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에 자신만의 편성표를 맞추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1타 강사의 강의를 원하는 전자기기 종류, 과목 순서, 장소에서 들었는데, 잠깐 쉴 때 TV 본다고 거실에 시간맞춰 앉아 보자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복잡하게 얽힌 원인 중에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가의 자율성이 어느 순간 의무의 자율성에 역전되어 유입이 줄어드니 방송사에서도 클립을 올려주는 것이라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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