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섭 시점 상춘일기_10
원주로 이사 온 다음 해 식목일에 우리는 혼인신고를 했고 2주 후 결혼을 했다. 가족끼리 모여 밥이나 한 끼 먹자 하였다가 조금 커져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 가족 친지를 모시고 작은 식을 하였다. 내 남동생에게 사회를 맡기고 내 여동생과 상춘 조카들에게 축가를, 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꽃 장식을 부탁했다. 놀랍게도 다들 거부하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선뜻 해주었다. 덕분에 결혼식이라는 걸 우리도 잘 마쳤다.
결혼식 날 엄마는 내게 반지는 안 했냐고 놀라 물었다.
"맞추면 몇 주 걸린다는데 이미 늦어서 못했어. 나중에 해야지 뭐"라고 나는 말했지만, 아마 우리는 계속 반지를 맞추지는 않을 것 같다. 상춘은 워낙 땀이 많고 나는 목공작업자라 손가락에 무언가를 끼고 있기가 쉽지 않으니까.
우리는 만난 지 팔 년이 지나서 결혼을 했다. 결혼 전후가 바뀐 것은 없다. 이게 뭐라고 더 일찍 하지 못했을까라고 상춘은 엄마를 생각하면서 말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고 했는데 매번 그때가 늦었다고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날엔 우리는 때에 맞춰 만났고 때가 되어 결혼을 한 거겠지라고 생각을 바꾼다. '때가 되면'이라는 말은 자칫 무책임하게 느껴지고 '때가 되어'라고 말할 때는 그럴싸한 안도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