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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5. 2022

인도 식당에 가면 무조건 시켜야 하는 이 음식

인도 음식점에 가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 음식

처음 느낀 인도의 맛 탄두리 치킨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음식 중에는 베트남 쌀국수, 태국의 똠냥꿈, 독일의 학센, 이탈리아에의 스파게티가 있다. 국가마다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인도 또한 한국인이 정말 좋아할 만한 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 단지 인도 음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잘 모를 뿐이다.

 

처음 인도에 도착해서 먹었던 인도 음식은 ‘탄두리 치킨’이었다. 한국의 통닭과 비슷한 요리이기에 거부감 없는 요리이다. 물론 인도 음식이기에 특유의 향신료 맛이 강하게 난다. 탄두리 치킨은 통닭에 인도 특유의 양념을 발라 구운치킨이다. 우리나라의 구운 치킨과 비슷하지만 좀 더 태운 맛이 나고 소스의 맛이 강하게 나는 점이 다르다.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인도에 오래 있다 보니 그저 그런 맛이 되어버렸다.


카레? 커리?

“인도 카레는 맛있어?”

이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망설이게 된다. 마치 ‘중국 짜장면은 맛있어?’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는 것처럼 인도에도 카레는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카레는 아니고 ‘커리’라고 부른다고 얘기한다. ‘카레’란 인도의 인도 타밀 지방의 ‘카리kari’를 영국 사람이 영어식 표현인 ‘커리 curry’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고, 영국 해군을 통해 일본에 전파되면서 ‘카레’라는 지금의 발음으로 불리게 되었다.


발음만 바뀐 것이 아니라 맛과 재료도 바뀌었다. 인도에는 우리가 먹는 ‘카레’는 없다. 점성은 비슷한 걸쭉한 음식이지만 향신료를 많이 쓰기에 완전히 다른 맛이다. 주로 토마토가 베이스가 되고, ‘마살라 masala’라는 복합 향신료를 넣어 소스를 만든다. 종류에 따라 버터, 요구르트, 크림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양고기, 치킨, 치즈, 채소 등 주재료를 섞어 만든다. 우리나라 카레처럼 주재료를 작게 자르지 않고, 큰 덩어리로 넣는다. 밥과 먹는 음식이 아니라 밀로 만든 납작 빵인 ‘로띠 roti’와 먹는다. 로띠는 아주 얇고, 찰기가 없는 납작 빵이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로 퍼지면서 각 국가에 맞게 변형이 되기도 했다.


로띠와 비슷한 납작 빵으로는 ‘난 naan’ 이 있는데, 둥글게 반죽을 한 후 한쪽을 길게 잡아당겨 특이한 모양을 만들고, 진흙으로 만든 전통 항아리형상의 화덕인 탄두르(tandoor) 안쪽에 붙여서 구워 만든다. 인도인은 로띠를 난보다는 더 즐겨 먹는다. 난은 특유의 쫀득함이 있어 식감이 상당히 좋다.   

  

내 사랑 버터 치킨과 버터 난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역시 ‘버터 치킨’과 ‘버터 난’이다. 버터 치킨은 치킨 커리의 한 종류로 버터와 크림을 넣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다른 커리는 한국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 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버터 치킨은 크림과 버터가 인도 향신료 특유의 맛을 중화시켜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각 지역이나 음식점마다 사용하는 마살라(향신료) 배합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버터 치킨이라고 해도 같은 맛을 내는 곳은 없다. 조금씩 맛과 향이 다르다.


버터 난은 일반 난에 버터를 바른 것이다. 난 특유의 쫄깃함에 버터의 풍미가 더해져 식감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레스토랑에 따라 난만 파는 곳이 있고, 버터 난, 마늘(마늘) 난 등 다양한 난이 파는 곳도 있다.

북부에서는 밀로 만든 로띠가 주식이고 남부에서는 쌀로 만든 밥이 주식이다. 남부에서는 쌀농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물론 북부에서도 로띠나 난을 먹은 후 밥을 추가해서 달프라이 같은 수프에 섞어 먹기도 한다. 그 외에도 튀김 중 하나인 ‘만주리안’, 콩 줄기 비슷하게 생긴 반디라는 채소 요리 ‘스터프드 오크라’, 콩으로 만든 커리인 ‘달 마크니’ 등 맛있는 음식이 많다.     


인도의 부침개 도사

지금까지 소개한 음식은 대부분 북부의 음식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먹기는 하지만 남부의 주요리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남부에 사는 드라비다족은 아침이면 이들리 Idli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리는 한국에 증편(기정떡)같이 생긴 흰색의 쌀빵이다. 만드는 방법도 한국의 증편과 비슷해 쌀을 베이스로 하루 정도 발효한 후에 쪄서 먹는다. 처음 먹었을 때 “이건 그냥 증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드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맛 또한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 이들리는 주로 아침 식사로 먹고, 점심과 저녁에는 ‘도사 dosa’를 주로 먹는다. 전병같이 생긴  큰 쌀 크레이프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말거나 접어서 먹는 음식이다. 도사 안에 넣는 재료에 따라 ‘포테이토(감자) 도사’, ‘어니언(양파) 도사’, ‘마살라(향신료) 도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남부에서 맛보는 이들리는 쌀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잘 어울리는 아침 식사다. 아침 일찍 찜기에서 이들리를 찌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레스토랑을 지날 때면, 마치 한국의 만둣집을 지나가는 착각을 일으키곤 한다. 그냥 지나 못하고 레스토랑 안으로 이끌리듯 들어가 이들리에 달프라이를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다양한 음식에 취해보자

수랏이라는 지역에 한 달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모두 먹어 볼까?’ 그렇게 호텔 메뉴 뽀개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일 저녁 일이 끝나고 호텔에 들어오면 메뉴판 처음에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두세 개씩 시켜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메뉴판에 있는 전 메뉴를 모두 먹어봤다. 호텔 직원들은 나에게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외국인이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이상한 사람이 와서 한 달간 요리를 메뉴판 순서대로 시키는 것이 신기했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직원들과 친해져 농담을 주고받았고, 주방장은 나를 위해 메뉴판에도 없는 ‘스페셜 난’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한 달간 메일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요리에 어떤 맛을 맛보게 될지에 대한 설레임이 있었다. 가끔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대로 남기는 요리도 있지만, 너무 맛있는 요리가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별 특별한 일 없던 일상의 작은 변화를 주었더니, 매일 저녁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전 메뉴를 다 먹고 나니 나가 좋아하는 요리와 좋아하지 않는 요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맛이 날지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한 후에는 레스토랑에 가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인도인들이 나에게 하는 칭찬 중의 하나는 인도 음식을 잘 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 중에 나처럼 인도 요리를 잘 아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레스토랑에 있는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본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점심 메뉴를 고르기 힘들다면, 인도 음식점이나 다른 나라 음식점을 찾아보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다른 나라 음식점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는 우크라이나 음식점에 가 보고, 중동 요리점에도 가 보고, 태국 음식점에도 가 보면 좋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 새로운 추억도,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생길 것이다. 매일 먹는 김치찌개 대신 ‘버터 치킨’에 ‘버터 난’을 먹어보면 어떨까? 추억은 어제와 같은 행동을 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어제와 다른 행동을 해야만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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