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라임 티는 손에 양보하세요
레스토랑에 처음 갔을 때 일이다. 커다란 대접에 물이 나왔고 라임이 띄어져 있었다. ‘인도는 더운 나라라서 물을 많이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옆에서 킥킥대며 웃으면서 말렸다. 먹는 물이 아니고 손을 닦는 용도라고 했다. 인도에서는 음식을 손으로 먹으니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닦는다. 라임은 산성이라서 손에 묻은 기름기를 제거하라고 넣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마터면 손 닦는 물을 먹을 뻔했다.
손을 닦을 때는 보통 오른손 위주로 닦는다. 왼손으로는 뒤를 닦는 손이라 더러운 손이라 여기고 오직 오른손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로띠나 난을 먹을 때도 오른손만을 사용해서 누르듯 찢어 먹는다. 수개월이 지나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물어봤다.
“근데, 나는 오른손으로 뒤처리하는데 그럼 나는 왼손으로 먹어야 하는 거야?”
“……”
인도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웃지도 않았다. 다시 내가 한마디 했다.
“그럼 악수도 왼손으로 해야 하나?”
“……”
역시 아무 말도 없었고, 심지어 웃지도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질문해서 당황했나 보다. 이런 황당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인도에서 왼손은 불경한 손으로 여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사실을 배우며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으로 교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손가락마다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믿는데 엄지는 공간, 검지는 공기, 중지는 불, 약지는 물, 새끼는 땅을 의미한다. 그리고 휴지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에 화장실 대부분에는 휴지가 없고, 뒤를 닦을 때는 손과 물을 사용한다. 우리는 휴지를 사용하기에 똥이 직접 손에 묻을 일이 없지만, 인도는 물을 사용하기에 똥이 손에 직접 닿는다. 그래서 더욱 왼손이 더욱 더러운 손으로 생각한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는
이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게스트들의 선택을 듣는 예능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지만, 막상 인도에 가니 그 얘기가 현실이 되었다. 항상 휴지를 가지고 다녔지만, 너무 급한 나머지 깜빡하고 휴지를 챙기지 않고 화장실로 달려갈 때가 있다. 일단 큰일을 보지만 머릿속은 난감하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TV 프로그램에서는 돈으로 닦는다. 양말로 닦는다. 일단 그냥 나온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인도에는 다른 방법이 있다. 손 비데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도 화장실에는 손비대가 있다. 비대라기보다는 잔디에 물 주는 분무기처럼 생긴 호스처럼 생겼다. 오른손으로 호스를 잡고 조준 발사를 하고, 왼손으로 닦는 것이다. 이것도 좋은 화장실의 경우다. 공장 같은 곳의 화장실은 그냥 물통이 하나 놓여있다. 그게 전부다. 물통으로 물을 떠서 뒤처리해야 한다.
물이 좋지 않습니다
인도에서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처음 인도에 가면 설사병 또는 심한 경우 풍토병에도 걸릴 수도 있다. 한국인이 인도에 오면 어김없이 물갈이를 한 번은 한다. 물갈이란 여행자들이 걸리는 설사병을 의미하며, 걸리면 정말 온종일 화장실에 가고, 수분이 많이 빠져서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설사병은 그래도 괜찮다. 하루 이틀이면 낫기 때문이다. 풍토병에 걸리면 병원에서 1~2주 정도 있어야 할 수도 있다. 한 번은 출장자가 와서 같이 다니며 계속 조심시켰다. “물은 꼭 슈퍼에서 산 병에 든 물만 드세요. 길거리 음식 드시면 안 돼요. 인도인이 물 먹으라고 컵에 따라줘도 절대 드시면 안 돼요.” 그런데 결국 설사병에 걸렸다. 너무 힘들어해서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일은 하지도 못하고, 몸도 좋지 않은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어디서 문제가 된 것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의심되는 곳이 있었다. ‘피자헛’이었다. 콜라를 먹을 때 얼음이 들어있었는데, 얼음을 병에 든 물로 얼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수도에서 물을 받아서 얼렸을 것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콜라에 들어있는 얼음이 문제였을 것이다.
인도는 수질이 좋지 않다. 석회가 많아서 정수기 필터는 한 달이 지나면 막혀버리고, 샤워기도 석회로 인해 자주 막히곤 한다. 설거지한 후 그릇을 말리면 물때가 보인다. 그래서 그릇이 마른 후 행주로 다시 닦아줘야 한다. 이시는 분 중 한 분이 정수기 사업을 하려다 필터가 너무 자주 고장 나서 접으신 분도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결석 환자가 상당히 많다. 인도뿐만이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도 그릇에 물때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물이 정말 깨끗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해외에 다녀오면 한국의 좋은 점을 자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