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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Oct 08. 2019

6화. 백혈구

백혈구란 녀석과  밀당 중에도 나는 남이 원하는 삶았다!   

항암주사를 12번 맞았다. 그 이야기는 1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병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항암주사를 맞으면 백혈구 치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심한경우는 백혈구가 0이하 까지 갈때가 있는데, 이 때 백혈구의 중요성을 온갖 아픔의 고통을 통해 깨닫게 된다. 


고통의 지수를 수치로 표현하자면, 음...1-50의 수치 중, 큰 수술후 깨어 났을 때의 고통이 20정도라면, 백혈구가 0이 되었을 때의 많은 고통은 50이다. 이때는 사람마다 일어나는 증세가 모두 다르다. 그 사람의 가장 약한 곳이 보통 더 아프게 되는데, 나는 주로 편도선을 동반하거나, 장염을 동반하여 응급실에 매달 실려가 온갖 검사 후 이틀 입원 후 퇴원하는 일을 반복했다. 


오직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백혈구 수치가 빨리 올라가서 몸이 좀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것 뿐이며, 매일  피를 뽑고, 백혈구 수치를 확인하고, 백혈구 촉진제를 맞는다.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를 버티며, 새삼 모든 것에 감사하는  시간과 미움과 증오에 대한 부질없음을 배우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이때는 오직 한가지 생각뿐이 없다. 

내일은 백혈구가 빨리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오직 단 한 생각. 


항암주사 투입 = 몸에 독약을 집어 넣는 행위 


다행히 백혈구란 녀석은 치열한  싸움으로 모두 다 사라졌다가  15일이 지나면  작은 불씨를 살아 남아,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다 음식을 잘 섭취하면 다시  무섭게 살아나기 시작한다.  백혈구 수치가 500정도 되면 제법 살만한 시간들이다. 이 때 부터는 다음 항암을 위해 화이팅 넘치게 좋은 음식을 섭취해 백혈구의 수치도 늘려주고,  병원에 간호사 분들에게도 방실 방실 미소를 띄우며 반갑게  이야기를 나눈다. 


백혈구란 녀석과 연애라도 하는 것일까? 

백혈구가 사라지면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눈조차 뜨기 싫다가도, 백혈구란 녀석이 서서히 살아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해진다. 다시 사라질 것을 알지만, 그 순간 하고 싶은 일을 즐겨야 했었는데....


내가 왜 그 소중한  10일의 시간에 그짓을 했는지....(난 항암기간 1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취득했다. )   왜 그랬을까? 이것은 다음편에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나는 남이 원하는 인생을 오래 살아온 만큼 나의 인생으로 전환하는데 그로부터 참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렇게 백혈구란 녀석과 밀당을 하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남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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