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핌비 Dec 17. 2019

7화. 항암에 가장 좋은 음식은?

내 몸에 맞는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다. 

암에 걸리고 가장 많은 변화라면 바로 바로 음식이다. 몸에 좋은 음식위주로 밥상은 차려졌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집에서 사라져 갔다. 


그 다음 일어나는 일은 지인들로 부터 각종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 어떤 음식이 암에 좋다더라 ~ " 가끔은 선물로 받는다. 병원의 대기실은 정보공유의 장이다.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던 음식을 서로 좋은 마음으로 알려준다. 이런 걸 먹었더니 '백혈구 수치가 금방 잘 올라가더라' 당연히 나도 '백혈구 수치가 금방 채워진다'는 말에 귀가 팔랑 팔랑 거린다.


 항암주사를 맞고, 백혈구가 0~500까지 올라가는 약 14일의 기간은 지옥에서  바늘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아픔과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듣한 온갖 냄새에 고통스럽고, 각종 소리에 깊이 피곤해진다.  열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하루 하루 버티고, 오직 다음 항암을 위해 백혈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밥을 집어 넣는 내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애초로운 시간들이다. 


그동안 몸을 방치하고 음식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보다는 그냥 먹고 싶은대로, 시간 나는대로 마구 먹었던 지난 날이 한 없이 반성되기도 한다.  백혈구가 500까지 치열하게 만들어지는 시간 나는 오직 신열무 물김치에 밥 한술 뜨며 하루하루 버텨 나간다.


항암주사를 3차까지 맞았을 때 부모님은 억지로다 각종 보양식을 먹이려고 노력하셨다. '장어''전복''추어탕' '염소탕' '각종 버섯물' 등등 그러다 병원 대기실에 어떤 환자가 닭발 끊인 물을 먹고 금방 백혈구 수치가 올랐다는 말에  '닭발 끊인 물'을 마시고 나는 응급실에 실려가 장염으로 위, 아래를 쏟아내며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결국 무균실에 입원한 후, 부모님은 포기하고 백혈구가 500이란 수치가 채워질 때까지 유일하게 먹는 신열무 물김치에 밥 한술로 만족하며, 그나마 그것이라도 먹는 것에 감사해 하셨다. 


백혈구가 500이상이 되면 더 이상 매일 피를 뽑지 않고, 백혈구 촉진제를 맞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에 한번만 피를 뽑아   다음 항암이 가능할  수 있는 백혈구 수치를 확인한다. 일단 500이 넘으면 음식도 제법 잘 섭취하게 되고,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아지는 시기가 된다.  이때 부터 다음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 잘 먹어야 한다.. 사람의 얼굴과 성향이 다르듯, 음식도 그 사람에게 잘 맞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의 경우는   전복죽과 추어탕이 꽤 잘 맞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이기도 했고, 백혈구 수치도 제법 잘 올라갔다. 


결국 음식이라는 것이 나한테 잘 맞는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다. 


암 덕분에  나는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몸이 바닥을 칠 때면  몸은 극도로 예민해 지는데 이 때 음식은 아무리 맛난 음식, 좋은 음식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속이 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삼겹살'과 '라면''참외' 였다. 비교적 찬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은 늘 속의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나에게 잘 맞아 속이 편하고, 몸에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도 있었다. '오리고기'와 '더덕,도라지' 이다. 몸이 건강할 때는 어떤 음식이 들어가도 그것이 잘 모르지만, 몸이라는 것이 참 신비한 존재라 스스로 살기 위해 귀신같이 잘 안다. 


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은 몸에게 가장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피곤했을 텐데, 잠도 재우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일하고, 먹고, 가끔 폭음도 하고 운동도 안해주고 이렇게 나쁜 친구가 어디 있을까.


이제는 피곤하면 잠을 자고, 의식적으로 산책을 하며 몸과 대화를 나눈다. 남은 생은 잘 지내보자. 앞으로 내가 잘할께..너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께. 


몸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이다.



이전 06화 6화. 백혈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